李·왕이 “한반도 평화” 공감… 대북 시각차 여전 [한반도 안보 변곡점]

양국, 안보 대화 채널 5년 만에 복원

李 “韓·中 관계 전면 복원” 평가
왕이 “안정적 발전 이어” 화합
北·美 대화건설적 협력도 당부

왕이 “美 대북 적대정책 버리고
韓도 한 쪽 줄서기 외교 안해야”
남북 ‘두 나라’로 표현하기도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왕 부장과 별도 회담을 갖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건설적 협력을 당부했다. 한·중은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양국 발표문에서는 비핵화와 북·미 관계, 한국의 외교노선을 둘러싼 강조점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왕 부장과 만나 최근 양국이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분야에서 수평적·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짚으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화기애애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과 만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조현 외교부 장관·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왕 부장도 시 주석의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 “양국 정상의 상호 국빈방문을 통해 도출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가 안정적인 발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국제 정세에서 한·중 양국은 경제·무역과 안보 등 영역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한·중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평화·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중은 상호의존하고 호혜·상호보완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발언도 중국 측 발표에 담겼다.

 

북한 관련 대화는 이 대통령 접견 뒤 별도로 진행된 위 실장과 왕 부장의 회담 및 오찬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공존 청사진을 소개했다. 또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과 함께 ‘중단’으로 시작되는 단계적·실용적 비핵화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중국의 건설적인 협력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며 제안한 ‘종전을 위한 당사자들 간 논의’도 대화 과정에서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측 발표에는 한국이 설명한 ‘단계적·실용적 비핵화’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왕 부장은 “한반도 긴장 정세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은 문제를 낳는 근원을 제거하는 데 있다”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왕 부장이 남북을 ‘한·조 두 나라(韓朝兩國)’로 표현하면서 “한반도가 한·조 두 나라의 평화공존으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장기적 평화·안정을 실현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구상과 맞닿는 대목이지만, 중국은 그 전제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제시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한국의 외교노선에 대해서도 “진정한 전략적 자주를 실현하고 진영 대결이나 어느 한쪽을 선택해 줄 서는 것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중국과 미국 등 대국과의 관계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청와대는 이 대목을 “각국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협력하며 공통분모를 넓혀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정리했다.

 

이번 회담은 2021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간 대화 채널이 약 5년 만에 복원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