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전방위 확산 속 대만해협 중·일 갈등 수위 고조 역내 불안정은 韓에 마이너스 전략적 실용주의 안보관 시급
최근 서태평양의 안보 지형이 심상치 않다. 이제 미·중 경쟁은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총체적 경쟁으로 번졌고, 최전선의 대만해협을 필두로 양옆에는 중·일 갈등과 중국·필리핀 충돌이 잇따라 배치돼 있다. 하나로 연결된 이 긴장된 구조의 여파는 한반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더 전략적인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미·중 전략 경쟁은 단순한 군사 대결이 아니라 경제 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해양통제까지 포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 상황에서 서태평양 지역은 양국의 핵심 전장이 되었고,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를 묶어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려 한다. 당연히 중국은 A2/AD(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 능력과 회색지대 전략으로 이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잇는 해양 축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미국의 개입 비용을 높이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반대로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를 엮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과 필리핀의 역할을 키우며 서태평양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비록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리된 갈등’을 내세우면서 직접 충돌을 피하자는 메시지를 발출했지만 실제로는 지속적 긴장과 부분적 분리가 반복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무역과 투자, 기술과 금융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채 위험 분야만 선별적으로 분리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경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군사적 경쟁의 첨예화다. 7월6일 중국 해군은 남태평양 해상에서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SLBM)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하면서 태평양 한복판에서 중국의 핵 억지력과 무력 투사 능력을 동시에 과시했다. 중국 최초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40여일에 걸친 사상 최장 원해 훈련을 마치고 복귀했고, 최신 항모 푸젠함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일본은 환태평양 연합훈련(RIMPAC)에 돌입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고,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이틀 연속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단순한 우발적 긴장 고조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다. 미·중에게 2026년은 ‘국내 정치가 대외전략을 규정하는 해’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회복과 중산층 재건이 정책 우선순위이며, 중국은 2027년 시진핑 주석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제21차 당 대회를 앞두고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다. 양국이 ‘긴장 속 안정’을 내세우지만, 서태평양의 군사적 경쟁이 오히려 정교해지고 전면전을 피하려는 신중함이 회색지대에서 힘의 과시와 능력 축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이유다.
역내 갈등 증폭도 우려스럽다. 이미 첨예한 중·일 갈등은 단순한 영유권 분쟁이 아니라 전략 경쟁의 일부다. 일본은 대만해협의 불안정이 곧 자국의 해상교통로와 에너지 안보, 나아가 미·일 동맹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대만 사안에 더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대만 해역이 서태평양으로 나가는 전략적 관문이자 제1 열도선 돌파의 핵심이므로 물러날 수 없음을 계속 강조한다. 대만을 둘러싼 중·일 충돌 가능성은 군사적 긴장뿐 아니라 해양 질서 전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동한다.
이러한 서태평양의 안보 환경 변화와 역내 불안정은 한국에 가장 직접적인 위험 요인이다. 서로 연계된 대만해협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갈등이 첨예화하면 한국의 주요 교역로(SLOC)가 차단되고 동해·태평양 우회 항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한반도 안보 셈법에도 직접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를 맞게 된다.
서태평양은 강대국 간 세력 전이의 무대를 넘어서 한국의 통상로이자 안보의 최전선이며, 우리의 선택이 시험받는 현장이다. 역내 불안정 증폭의 연쇄 구조 속에서 과도한 낙관이나, 과장된 공포가 아닌 변화한 안보 환경을 정면으로 보는 냉정한 현실감각이 우선 필요하다. 우리의 국익을 기준으로 한 원칙 있는 전략적인 한국적 실용주의 안보관의 정립이 시급함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