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40조 쐈는데 삼전 150조 푼다?”…797만 개미 들썩인 ‘숫자의 덫’ [숫자 뒤의 진실]

삼성전자 이달 이사회 관측…‘150조 안팎’ 환원 보도
DS증권 추가재원 131.8조 추정…회사 공시 기준과 차이
특별배당 포함 논의…성과급용 자사주 매입은 환원과 구분

“SK하이닉스는 40조원을 내놨는데 삼성전자는 얼마나 돌려줄까.”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삼성전자는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실행안과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논의 중이다. 뉴시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삼성전자로 옮겨갔다. 삼성전자도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실행안과 내년부터 적용할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20일에는 삼성전자가 이달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과 특별배당 등을 포함한 150조원 안팎의 주주환원안을 의결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앞서 시장에서 거론되던 ‘100조원대’보다 구체적인 숫자다. 문제는 100조원, 131조8000억원, 150조원, 200조원이 모두 같은 돈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1일 현재 삼성전자가 이사회 결의나 공시를 통해 확정한 ‘150조원’은 없다. 150조원에 기존 정규배당이 포함되는지, 어느 기간에 집행되는 금액인지,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까지 들어가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797만1242명이다. 지난해 말 419만5927명에서 반년 만에 377만5315명 늘었다. 그만큼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에 시장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150조원 환원 보도…공시된 숫자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단계는 아직 ‘논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행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미래 성장 재투자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주요 내용을 조만간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20일에는 삼성전자가 이달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소각과 특별배당 등을 골자로 한 150조원 안팎의 주주환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날 삼성전자가 이달 중 이사회를 소집해 100조원을 넘는 주주환원 정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하루 사이에도 ‘100조원 이상’과 ‘150조원 안팎’이라는 숫자가 동시에 등장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환원 방식이다. 이번 환원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특별현금배당 등 현금배당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자동으로 높아진다. 이 경우 금산법상 10%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두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소각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공정거래법상 SK하이닉스 지분 2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소각을 선호하고,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관리 측면에서 현금배당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와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가 확산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20일 장중 전 거래일보다 10% 안팎 급등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재 단계에서 ‘삼성전자가 150조원을 환원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100조원 이상 또는 150조원 안팎의 환원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거론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최종 규모와 집행 기간,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의 비중은 이사회 결정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131.8조원은 정말 ‘앞으로 남은 돈’일까

 

삼성전자의 현행 주주환원 정책은 비교적 명확하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생한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매년 약 9조8000억원을 정규배당으로 지급한다. 누적 FCF의 50%에서 이미 지급한 환원액을 빼고도 재원이 남으면 추가로 환원하는 구조다.

 

여기서 131조8000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325조5000억원, 시설투자를 62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를 빼면 올해 FCF가 263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2024~2026년 누적 FCF의 50%를 161조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여기서 3년치 정규배당 29조4000억원을 제외한 131조8000억원을 추가 환원 가능액으로 제시했다. 장기공급계약(LTA) 선수금과 성과급 보상 목적의 자사주 매입 영향은 확정되지 않아 추정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31조8000억원을 ‘앞으로 새로 풀 수 있는 돈’으로 그대로 읽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보면 2024~2025년 현금배당 20조9000억원과 소각 목적 자사주 매입 8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합계 29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정규배당 예정액 9조8000억원까지 더하면 기존 집행·예정 주주환원액은 39조1000억원이 된다.

 

DS투자증권이 계산한 전체 환원 재원 161조3000억원을 그대로 적용한 뒤 39조1000억원을 단순 차감하면 약 122조2000억원이 남는다.

 

이는 DS투자증권의 FCF 전망을 삼성전자가 공시한 환원액 차감 방식에 대입한 단순 계산이다. 삼성전자가 확정하거나 공식적으로 제시한 잔여 환원액은 아니다.

 

131조8000억원과 122조2000억원의 차이는 DS투자증권 계산이 3년치 정규배당 29조4000억원만 차감한 반면, 삼성전자 공시는 2024~2025년 추가배당과 소각 목적 자사주 매입까지 기존 주주환원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131조8000억원은 증권사의 전망치로는 유효하지만 삼성전자가 공식 확인한 ‘앞으로 남은 환원액’은 아니다. 실제 잔여 재원은 올해 FCF와 기존 환원액, 추가로 반영할 항목이 확정돼야 계산할 수 있다.

 

◆100조·150조·200조…기간부터 다르다

 

200조원이라는 숫자도 성격이 다르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서 연간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 규모를 환원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행 2024~2026년 정책의 마지막 해에 얼마가 남았는지를 추산한 DS투자증권의 131조8000억원과는 적용 기간부터 다르다.

 

150조원은 이달 발표될 주주환원책 규모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다. 131조8000억원은 DS투자증권의 FCF 전망을 토대로 산출한 추가 환원 가능액이다. 200조원은 내년부터 적용될 차기 정책의 연간 환원 규모에 관한 KB증권 전망이다.

 

큰 숫자만 나란히 놓으면 삼성전자가 당장 150조~200조원을 추가로 현금배당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미는 다르다. 특별배당 규모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특별배당을 포함한 실행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다.

 

◆성과급용 자사주 매입도 주주환원일까

 

떼어놓고 봐야 할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임직원 성과급 지급용 자사주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년간 9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명공시를 냈다. 회사는 올해 경영성과에 따른 주식보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달 뒤인 지난달 23일 재공시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고, 재공시 예정일을 오는 10월 22일로 잡았다. 성과급 지급용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소각과 성격이 다르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임직원 보상을 위해 매입한 주식은 이후 직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주식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향후 장내에서 매입한다면 매입 과정에서 주식 수요를 늘리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용 자사주 매입액을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소각과 동일하게 주주환원액으로 합산하면 실제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부풀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40조원과 삼성전자의 ‘150조원설’도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2407만주를 장내에서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 166만2000원을 적용한 취득 예정금액은 40조43억4000만원이다. 실제 매입금액은 취득 기간의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취득 예정 주식 수와 예정금액, 전량 소각 방침이 공시된 안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150조원설’과는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의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안과 삼성전자의 ‘150조원 안팎’ 주주환원설을 비교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삼성전자는 특별배당을 포함한 환원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150조원은 아직 언론 보도의 영역에 있다. 환원 방식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보다 현금배당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0조원이 실제 이사회에서 확정되는지, 어느 기간에 집행되는지, 이미 지급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아직 열려 있다. 성과급 지급을 위해 사들이는 자사주와 실제 소각되는 자사주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의 최종 의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규모와 방식이 공시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100조원, 131조8000억원, 150조원, 200조원 모두 각기 다른 전제에서 나온 숫자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