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는 200만원 받는데”…우리 집은 0원, ‘추석 지원금’ 갈린 이유 [일상톡톡 플러스]

의령·함평 1인당 50만원…통영 35만원·영동 30만원
강릉 10만원 안 9대10, 당진 30만원 안 7대7로 부결
속초 3주 만에 77.8억 사용…의령 재정자립도 8.3%

“옆 동네는 200만원 받는다던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전 주민 대상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지역별 지원 규모와 재정 여건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추석을 앞두고 주소지가 지원금 액수를 갈랐다. 경남 의령군과 전남 함평군 주민은 1인당 50만원을 받는다. 가족 4명이 모두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면 한 가구에 200만원이다.

 

반면 강릉과 당진은 각각 10만원, 30만원 지급안이 지방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향후 재추진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추석 전 지급액만 놓고 보면 같은 4인 가족이라도 최대 200만원의 차이가 생긴다.

 

지원금을 주는 곳과 주지 못하는 곳의 차이는 지자체의 재정 형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쓸 수 있는 기금이 얼마나 있는지, 단체장이 어디에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지, 지방의회가 동의하는지까지 맞물린다.

 

◆50만원부터 지급 무산까지…지역마다 다른 추석 지원금

 

의령군은 2026년 6월30일 기준 주민등록을 둔 군민과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 약 2만46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25억원 규모다. 지원금은 의령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며 9월11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함평군도 1인당 5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에 151억1000만원을 편성했고 9월7일부터 읍·면사무소에서 신청과 지급을 시작한다.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하며 올해 12월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통영시는 이달 31일부터 1인당 35만원을 지급한다. 당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금액은 33만원이었지만 시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35만원으로 높아졌다. 지급 대상은 시민과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 11만6353명이며 투입 예산은 409억원이다. 신청과 지급은 10월30일까지 진행된다.

 

충북 영동군도 9월부터 군민 1인당 30만원의 2차 민생안정지원금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영동군은 올해 초에도 군민 1인당 50만원을 한 차례 지급했다.

 

반대편에는 의회를 넘지 못한 지역이 있다.

 

강릉시는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강릉페이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31일 시의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9명 중 찬성 9명, 반대 10명으로 부결됐다. 한 표가 지급 여부를 갈랐다.

 

당진시는 격차가 더 크다. 전 시민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약 530억원을 투입하는 경제회복지원금을 추진했지만 지난 11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찬성 7명, 반대 7명으로 부결됐다. 현행 의결 규정상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추석 전 지급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취지로 추진된 지원금이라도 주소지와 지방의회의 선택에 따라 주민이 체감하는 금액은 크게 달라졌다.

 

◆3주 만에 77.8억원 썼다…돈 풀리자 움직인 소비

 

지원금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속도는 빠르다. 속초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시민 1인당 2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7만1136명에게 142억2720만원이 지급됐고 이 가운데 77억8355만6000원이 이미 사용됐다. 지급액의 54.7%가 약 3주 만에 결제된 것이다.

 

사용처도 생활밀착 업종에 몰렸다. 음식점에서 28억5569만원, 편의점·슈퍼·마트에서 16억1565만원이 쓰였다. 두 업종을 합치면 전체 사용액의 57.45%다. 지원금이 지역 밖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지역화폐나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되면서 외식과 장보기 등 일상 소비에 빠르게 흡수됐다.

 

영동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올해 초 지급한 1인당 5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 212억100만원 가운데 사용기한 내 결제된 금액은 211억900만원으로 99.6%에 달했다. 음식점과 마트, 주유소, 병원·약국 등에서 주로 사용됐다.

 

지급액 전부를 새로운 소비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은행이 2025년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 사용처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비사용처보다 2.91%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분석은 6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매출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는 제외됐다. 올해 각 지자체가 지역화폐나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지원금에 결과를 그대로 대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책 효과는 1·2차 지급 모두 초기에 집중됐고 지속 기간도 짧았다. 설문조사로 추정한 한계소비성향은 0.20이었다. 소비쿠폰 10만원을 받았을 때 새로 늘어난 소비가 평균 2만원가량이었다는 의미다.

 

나머지가 모두 저축됐다는 뜻은 아니다. 쿠폰이 없었어도 할 예정이던 소비의 결제수단을 지원금으로 바꾼 부분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소비쿠폰을 민생 안정이 시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단기 처방에 가까운 정책으로 평가했다. 2025년 전국 단위 소비쿠폰을 분석한 결과인 만큼 올해 각 지자체 지원금에 효과를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단기 소비 진작 효과와 지속성의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자료다.

 

◆지원금 뒤에 남는 재정 문제

 

지원금 논쟁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지방재정이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순계예산을 기준으로 산출한 2026년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47.3%다. 광역단체보다 기초단체, 기초단체 가운데서도 시보다 군으로 갈수록 자체 재원 비중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 세입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수입의 비중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점은 지원금을 많이 주는 지역이라고 재정자립도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는 의령군의 2026년도 당초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8.3%다. 자체재원 비중이 한 자릿수인데도 총사업비 125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편성했다. 재정력 하나만으로 지원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통영은 35만원 지원에 필요한 409억원 가운데 349억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나머지 60억원을 일반재원에서 충당한다. 그동안 적립한 기금을 언제, 어디에 쓸 것인지가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가 됐다.

 

추석 전 민생지원금 지급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두 지역의 4인 가족을 표현한 이미지. 한쪽은 최대 200만원을 받지만 다른 쪽은 현재까지 확정된 지급액이 0원인 상황을 대비해 나타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재정자립도가 낮다고 곧바로 재정이 부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처럼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재원이 자체수입보다 빠르게 늘면 전체 예산이 증가해도 재정자립도는 낮아질 수 있다.

 

쟁점은 결국 우선순위다. 한정된 기금과 일반재원을 전 주민에게 나눠 단기간 소비를 끌어올릴 것인지, 복지·사회간접자본·지역산업 등 다른 사업에 투입할 것인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선택해야 한다.

 

지원금을 받은 주민에게 50만원은 당장 장바구니와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돈이다. 지역 상인에게도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 효과가 짧게 끝난 뒤에도 지자체에는 다음 사업과 다음 예산이 남는다. 이번 추석 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주는 곳과 안 주는 곳’의 비교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