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경고등 켜지면 앱부터”…130만 렌터카 시장, ‘정비 전쟁’ 불붙었다

장기렌터카를 타던 중 계기판에 갑자기 경고등이 켜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비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는 고객이 직접 정비소를 찾아 고장 원인과 수리비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렌터카 제공    

렌터카 업체들이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정기점검과 소모품 교체를 넘어 예상치 못한 고장까지 관리 영역을 넓히고 있다.

 

130만대를 넘어선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월 대여료와 할인 혜택에서 ‘차량을 얼마나 편하게 관리해주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터카는 정비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장기렌터카 고객도 차량 고장 때 정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이카 Safety 365’ 서비스를 확대했다.

 

마이카와 마이카세이브 등 개인·개인사업자 장기렌터카 이용 고객이 대상이다.

 

차량에 경고등이 들어오거나 평소와 다른 소음·진동 등이 발생하면 마이카멤버십 앱을 통해 증상을 접수할 수 있다. 접수 후 24시간 안에 차량관리 전문 자회사 롯데오토케어 상담원이 차량 상태를 확인한 뒤 가까운 협력 정비소를 안내한다.

 

고객 입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정비소에 차를 맡긴 뒤 수리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협력 정비소가 차량을 점검한 뒤 수리가 필요한 항목과 예상 비용을 안내하고 고객이 동의한 항목만 작업한다. 제조사 무상보증 대상이거나 사고에 따른 보험 처리 사안이라면 상담 과정에서 제조사 서비스센터나 보험 절차를 이용하도록 별도로 안내한다.

 

부품은 제조사 순정품을 사용하고 부품비는 실비로 청구한다. 정비 공임은 품목과 관계없이 20% 할인한다. 수리비를 정비소에서 즉시 결제할 필요도 없다. 비용은 다음 달 렌터카 대여료에 합산된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시에 있는 약 280개 협력 정비소가 서비스에 참여한다.

 

롯데렌터카는 앞서 차량 관리 서비스를 꾸준히 앱으로 옮겨왔다. 지난 1월에는 전화로 받던 긴급출동 접수를 앱으로 확대했고, 4월에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는 방문 장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마이카 계약 고객에게는 연 1회 무료 방문정비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비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까지 고장 수리 연결 서비스를 열면서 정기점검과 타이어 교체, 고장, 긴급출동을 앱에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롯데렌터카 홈페이지에도 방문정비 신청과 차량 고장코드 등 차량관리 정보를 활용하는 ‘Safety365’ 서비스가 안내돼 있다.

 

차량 관리 서비스 확대는 롯데렌터카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시장 2위 SK렌터카는 한발 앞서 장기렌터카 고객에게 방문정비를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SK렌터카는 2023년 12월부터 신차·중고차 장기렌터카 등 장기렌터카 계약 고객에게 ‘기본정비’를 연 1회 무상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정비소를 찾아가는 대신 전문 정비사가 원하는 장소와 날짜에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오일·오일필터·에어클리너 교체를 비롯해 브레이크패드와 배터리 전압 등을 점검한다. 전기차는 에어컨필터와 와이퍼 교체, 배터리 상태 진단 등을 받을 수 있다.

 

타이어 마모도와 공기압, 브레이크오일, 공조장치 등 공통 점검도 포함된다.

 

차량관리 앱 ‘스마트케어’에서 방문 날짜와 장소를 예약하고 정비 이력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SK렌터카가 공개한 자체 만족도 조사에서 방문정비 서비스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5점이었다.

 

현재 SK렌터카는 법인 고객에게도 일반 정비와 사고 정비, 방문정비·픽업정비, 동계 타이어 교체·보관 등을 제공한다. 사고나 정비, 긴급출동은 24시간 접수하고 있다.

 

시장 3위인 현대캐피탈 역시 장기렌터카 상품에서 차량 유지·관리를 핵심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차량 등록부터 범칙금과 과태료 납부 등을 대행하고 정비·사고·긴급출동과 관련한 고객센터 상담을 365일 24시간 제공한다. 차량을 빌려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기간 전체의 관리 업무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다.

 

렌터카 업체들이 정비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커진 시장 규모가 있다.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 자료를 인용한 롯데렌탈 공시 등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인가대수는 2024년 124만8131대에서 2025년 129만6233대로 늘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130만9798대까지 증가했다.

 

2026년 1분기 기준 업체별 인가대수는 롯데렌탈이 25만3023대로 19.3%를 차지했다. SK렌터카가 19만5003대(14.9%), 현대캐피탈이 15만7421대(12.0%), 하나캐피탈이 9만1214대(7.0%)로 뒤를 이었다.

 

2021년 112만6191대였던 렌터카 인가대수가 5년 만에 약 18만대 늘어난 셈이다.

 

시장이 커질수록 월 대여료만으로 고객을 붙잡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신차를 장기간 빌려 쓰는 상품 특성상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사고나 고장이 났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는지, 정비소를 직접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지, 차량 관리 이력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가 상품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장기렌터카는 차량 등록과 세금, 보험부터 사고 처리와 계약 종료 후 차량 처분까지 업체가 상당 부분 대신 처리한다. 여기에 방문정비와 고장수리, 타이어 교체까지 붙으면서 렌터카 업체의 역할도 ‘차를 빌려주는 회사’에서 ‘차량을 대신 관리해주는 회사’로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