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카드결제 10배 뛰었다”…호텔·관광업계 ‘큰손 모시기’ 불붙었다

외국인이 돌아왔다. 숫자만 회복한 게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쓰는 돈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넘게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제공    

이 기간 외국인 카드 관광지출액은 10조3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8% 뛰었다. 지난해 6조6559억원에서 반년 만에 3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움츠러들었던 인바운드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서자 호텔과 복합리조트, 면세점 등의 외국인 관광객 확보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단순히 객실을 싸게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과 쇼핑, 미식, 카지노, K뷰티를 한데 묶고 중국 온라인여행사(OTA)와 일본 여행사까지 직접 공략하는 식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존재감이 다시 커졌다. 올해 상반기 방한객 가운데 중국인은 321만명으로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195만명, 대만이 115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6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중국인 방한객은 약 65만명으로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아예 국가별로 모객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형 OTA의 온라인 영향력을 활용했다. 인스파이어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씨트립(Ctrip)의 라이브 커머스 ‘보스 라이브(Boss Live)’에 참여했다.

 

고규범 인스파이어 대표가 방송에 직접 나와 씨트립 측과 리조트를 소개했다. 호텔 숙박과 쇼핑, 미식, 공연, 레저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플레이케이션(Playcation)’이 핵심 상품이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K팝 공연부터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쇼핑시설과 올리브영, 한국 야시장을 재해석한 ‘오로라 나이트 마켓’ 등을 한 묶음으로 소개했다. 올리브영 바우처와 스플래시 베이 이용권 등을 결합한 중국 고객 전용 상품 4종에는 최대 50% 할인도 적용했다.

 

중국 관광객을 ‘리조트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숙박부터 쇼핑·먹거리·공연까지 한 곳에서 소비하도록 만든 구조다.

 

일본 공략법은 다르다.

 

인스파이어는 최근 일본 JTB 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제3사업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본 기업 행사와 인센티브 여행 등 MICE 단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일본 내 단체 송객망을 활용해 MICE 수요 발굴과 단체 세일즈, 고객 초청, 현장 답사 등을 공동 추진하는 방식이다.

 

객실 1275개와 대형 컨벤션 시설, 공연장과 식음시설을 한곳에 갖춘 복합리조트 구조가 기업 인센티브 관광을 끌어들이기 좋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여행사와의 연결고리도 넓혔다. 지난달에는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원사를 비롯한 인바운드 여행사와 관광업계 관계자 약 250명을 인스파이어로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서는 호텔과 MICE 시설뿐 아니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인스파이어 아레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와 몰입형 콘텐츠 시설 등을 결합한 신규 방한상품을 소개했다. 카지노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여행사에 공개했다.

 

외국인을 붙잡기 위한 경쟁은 면세업계가 한발 더 빠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단체 관광객과 개별 관광객(FIT)을 동시에 잡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중국발 대형 크루즈 MSC 벨리시마호를 타고 인천항으로 입국한 중국 관광객 약 2300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찾았다. 인천항 개항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의 크루즈 입항에 맞춰 대형 단체를 한꺼번에 유치한 사례다.

 

동시에 중국 춘절 기간에는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확대했다. 과거 여행사 중심의 중국인 단체 쇼핑에 의존했던 면세업계가 크루즈 단체와 개별 관광객을 모두 잡는 방식으로 모객 채널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IPARK신라면세점도 외국인 관광객 변화에 맞춰 K패션과 K컬처 상품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유니온페이와 알리페이 등 해외 결제수단과의 연동을 확대하고 K뷰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외국인 구매 장벽을 낮추는 데 공을 들였다.

 

관광객 회복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IPARK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1분기 세전이익까지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외국인 입국객 증가와 K패션·K컬처 중심 상품 강화 등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지출을 한 건물 안에서 끌어올리는 복합리조트 전략이 두드러진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대표적이다. 호텔 객실은 전 객실이 스위트급으로 구성돼 있고 카지노, 식음시설, 쇼핑시설 등이 한 건물에 들어가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드림타워 카지노는 중화권 고객 비중이 90% 이상으로 중국 인바운드 시장 회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의 월평균 매출은 470억1000만원으로 상반기보다 44.9% 증가했다.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숙박+체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게임 캐릭터 소닉 35주년을 활용한 ‘소닉 어드벤처’ 상품을 선보여 객실과 굿즈, 실내 테마파크 원더박스, 스파 씨메르 등을 묶었다. 오는 9월에는 YB와 김준수, CNBLUE 등이 출연하는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과 객실을 결합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시장이 과거의 ‘명소 구경→면세점 쇼핑→호텔 숙박’이라는 단순한 동선에서 공연과 뷰티, 미식, 웰니스 등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호텔업계도 객실 밖에서 쓸 돈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시는 올해 우수 관광상품 선정 대상을 OTA 기반 체험형 상품으로 확대했다. K드라마와 e스포츠, 웰니스, 야간관광 등 ‘직접 해보는 콘텐츠’를 앞세운 상품이 잇따라 선정됐다.

 

관광객을 놓고 업계가 경쟁하는 이유는 소비 증가 속도가 방문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캐시노트 연동 가맹점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해외 발급 카드 매출액은 2023년 1월의 9.6배까지 증가했다. 전체 카드 매출에서 해외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에서 1.2%로 커졌다.

 

문제는 돈이 특정 지역과 업종에 몰린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해외카드 매출의 65%는 서울에서 발생했다. 경기 11%, 부산 8%, 제주 5% 순이었다. 매출 자체가 일부 유명 상권과 매장으로 집중되는 현상도 뚜렷했다. 해외카드 매출의 66.9%가 상위 1% 매장에서 발생했다.

 

결국 관광객 숫자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모든 호텔과 유통업체가 수혜를 보는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인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씨트립에서 상품을 사고, 일본 기업 고객이 출국하기 전에 여행사가 MICE 일정을 확정하고, 입국한 뒤에는 한 공간에서 공연을 보고 쇼핑하고 식사하도록 만드는 것.

 

면세점과 복합리조트들이 ‘고객이 한국에 온 뒤’가 아니라 ‘오기 전부터’ 관광객 확보 경쟁에 뛰어든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된 뒤에는 결국 체류시간과 1인당 소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숙박만 제공하는 시설보다 공연·쇼핑·미식 등 체험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의 경쟁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