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α’ 미래대응기금 신설된다…추가·초과세수 적립하고 교부금도 55년만에 개편

추가세수만 약 150조, 초과세수도 적립
교부금 내국세 연동구조 55년 만에 폐지
지방교부세도 모수 조정, 지방계정 신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투자
“기금 새로운 사업, 예산사업과 중복 우려”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치를 상회해 걷힌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별도의 주머니에 넣어 청년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일시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반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아울러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에 자동적으로 편성하는 ‘연동제’를 55년 만에 폐지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감안해 교부금 산식을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제도 개편으로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넣어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 등에 투자기로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호황 등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한 미래대응기금 조성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21일 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 등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세수다. 정부가 정의한 추가세수란 내국세 결산액 기준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추세치)을 상회하는 세수를 말한다.

 

즉, 내년 추가세수의 기준선이 되는 추세치는 2025년 결산액을 기준으로 2015~2025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을 고려해 도출된다. 2025년 결산액이 330조2000억원이고 최근 10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 6.7%를 가정하면, 내년도 추세치는 약 375조원으로 계산된다. 현재 내년도 국세수입이 58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국세수입의 내국세 비중을 90%로 전제한다면 내년 내국세는 522조원에 달한다. 추세치를 상회하는 추가세수는 15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는 당초에 전망했던 세입예산(당해연도 기준)을 넘어 추가로 걷힌 내국세 수입 증가분인 ‘초과세수’도 미래대응기금에 넣기로 했다. 당장 올해 9월 정부가 올해 세입 분을 재추계 하는데, 법인세 호황으로 가결산이 많이 들어올 경우 상당한 규모의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에 추가 전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오른쪽)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와 함께 결산 이후 생긴 세계잉여금을 정산(교부세→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국채상환)한 뒤 남은 재원 역시 미래대응기금에 넣고, 채권 주식 등 유망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도 미래대응기금 수입에 잡기로 했다.

 

재정개혁도 동시에 추진된다. 대표적으로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교부금 내국세 연동제가 55년 만에 폐지된다. 교부금은 현재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합해 편성된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교부금을 유치원, 초·중·고교 교육에만 쓸 수 있는 칸막이 구조로 인해 교육투자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내국세 급등에 따라 교부금이 급증할 경우 선심성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개년 평균 경상 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곱해 다음 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교부금 산식을 개편키로 했다. 새로운 산식에 따르면 교부금 총액(교부세분 제외)은 올해 75조7000억원에서 2027년 78조9000억원, 2028년 84조3000억원, 2029년 90조1000억원, 2030년 92조7000억원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2%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감소하더라도 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보전 조항을 교부금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20.79% 연동’이란 취지는 일부 살린다. 성장률 등을 고려해 계산된 교부금이 ‘추가세수를 제외한 내국세의 20.79%’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별도로 넣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정은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 교부금 감소시 보전, 우수인재 유치 및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에만 활용되며 다른 계정에 전출될 수 없다.

미래대응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된다. 청년에 대해서는 일자리, 주거, 자산, 혼인·출산 등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 방안이 이뤄진다. 사진=연합뉴스

지방교부세에서도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된다. 현행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지방에 자동으로 내려 보내는 구조다. 정부는 이 산식에서 모수를 ‘내국세’에서 ‘내국세-미래대응기금 적립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현재 활용되는 19.24%는 그대로 적용한다. 이 경우 교부세는 기존보다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대신 미래대응기금에 지방계정을 설치해 지역성장거점 조성, 정주여건 개선 등 지방 재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상황과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지방정부를 추가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을 교부세법에 신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미래대응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된다. 청년에 대해서는 일자리, 주거, 자산, 혼인·출산 등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 방안이 이뤄진다. 첨단·선호 분야 직업훈련 및 일경험을 확대하는 한편 혁신적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 선호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성장동력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AI), 3대 메가프로젝트는 물론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위해 SMR 등 미래성장을 주도할 ‘7대 SEED’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지방 분야에서는 인구 유입을 위한 주민 생활인프라를 확충하고, 농어촌 기본소득을 확대 편성할 계획이다. 교육·인재 분야의 경우 이공계·과학기술 우수 인재 양성 및 해외우수 인재 유치를 지원하는 한편 대학 경쟁력 제고, 직업·기술교육 개선 등 고등·평생교육을 강화한다.

 

하지만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대응기금의 신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일반회계에도 청년, 성장동력 등을 위한 사업이 상당수 있는데 왜 별도의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사업이 중복될 경우 정부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득 불균형 완화 등과 관련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통합돌봄 등 이미 정부 예산사업들이 다수 있다”면서 “기금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면 예산사업 중 이런 기본적인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면 중복될 수 있다”면서 “미래대응기금에 일몰 조항을 둬 재평가를 통해 연장하거나 필요성이 없어지면 없애는 등 기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