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커피 마셨는데 5만원?”…2030, 메뉴 대신 ‘친구’를 줄였다

Z세대 39.4% 모임 한 번에 3만~5만원…5만원부터 부담
71.2% 모임비 줄여…83.9%는 친구 만남 횟수도 축소
39세 이하 소득 1.7%↓…주거비 11.6%↑ ‘무지출 만남’ 확산

“밥 먹고 커피 마셨는데 5만원이네?”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으로 청년층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친구와의 만남 횟수를 줄이거나 집·공원 등에서 적은 비용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unsplash

친구와 저녁을 먹고 카페에 들르면 3만~5만원이 금세 빠져나간다. 술 한잔까지 곁들이면 지출은 5만원을 훌쩍 넘는다. 요즘 청년들에게 이 5만원은 단순한 모임 비용이 아니다. 친구를 만날지, 약속을 다음으로 미룰지를 가르는 기준선에 가깝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Z세대 6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0%는 물가 상승으로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번에 3만~5만원…5만원부터 망설였다

 

‘자주 있다’는 응답이 49.1%, ‘가끔 있다’는 답변이 43.9%였다. 대다수가 친구를 만날 때 비용 부담을 경험한 셈이다.

 

한 번 만날 때 쓰는 금액은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이 3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5만원 이상 7만원 미만 22.1%,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 22.0% 순이었다.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금액으로는 ‘5만원 이상’이 3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금액대의 바로 윗선에서 지갑을 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식사비였다. 식사비를 꼽은 응답자가 78.4%로 가장 많았다. 커피·디저트비 40.1%, 주류비 29.7%, 생일·기념일비 25.8%가 뒤를 이었다. 비싼 여행이나 공연보다 밥값과 커피값처럼 만날 때마다 반복되는 지출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메뉴보다 약속을 줄였다

 

비용 부담은 실제 만남 감소로 이어졌다. Z세대 응답자의 71.2%는 최근 1년 동안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에 쓰는 돈을 줄였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택한 방법은 저렴한 메뉴를 고르는 것이 아니었다. 지출을 줄였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83.9%가 만남이나 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

 

외식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27.3%, 음주비 축소는 18.9%였다.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13.1%, 생일·기념일 비용을 줄였다는 답변은 12.4%였다. 지출 항목을 하나씩 조정하기보다 약속을 덜 잡는 방식을 택한 이들이 많았다.

 

누구와의 만남부터 줄였는지를 묻자 88.8%가 동창이나 동기 등 친구와의 만남을 꼽았다. 썸이나 연인을 포함한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줄였다는 응답도 19.2%였다.

 

친구 만남 빈도는 ‘월 1회 미만’이 20.8%로 가장 많았다. 월 2회 18.0%, 월 1회 13.8%, 주 1회 13.3%, 월 3회 12.0% 순이었다. 주 1회 미만으로 만난다고 답한 비율을 모두 더하면 64.6%에 달해, Z세대 10명 중 6명 이상은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Z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M세대 544명 가운데 90.8%도 친구를 만날 때 비용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소득 줄었는데 월세는 두 자릿수 상승

 

청년들이 친구와의 약속부터 줄이는 배경에는 빠듯해진 가계 사정이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6월 7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 가구주의 소득은 7.7% 늘었다. 50대와 60세 이상도 각각 0.3%, 5.4%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9세 이하 가구주의 소득만 뒷걸음질했다.

 

반대로 월세 등 주거비 부담은 커졌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실제주거비는 21만2400원으로 1년 전보다 11.6% 증가했다. 실제주거비는 전세보증금을 제외하고 가구가 월세 등으로 실제 지출한 금액이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실제주거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1.9%, 4분기 12.8%, 올해 1분기 11.6%를 기록했다. 세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다.

 

소득은 줄었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주거비는 늘었다. 외식이나 모임처럼 당장 조정할 수 있는 지출부터 줄이는 청년들이 많아진 배경이다.

 

◆외식 대신 공원·집…‘무지출 만남’ 확산

 

비슷한 변화는 미국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미국 온라인은행 앨리뱅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The Friendship Tab’ 조사(Z세대·밀레니얼 세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44%는 비용 때문에 주요 사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9%는 친구와 어울리는 데 쓰는 돈이 저축이나 부채 상환 등 자신의 재무 목표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외식 자리에서 계산 금액을 확인하며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과 집에서 간단한 음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의 모습을 대비해 표현했다. 고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약속 횟수를 줄이거나 집에서 만나는 ‘저비용 만남’이 확산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그렇다고 친구 관계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23%는 돈을 쓰지 않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노 스펜드 행(No Spend Hang)’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식당이나 술집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공원을 함께 걷거나, 각자 음식을 준비해 만나는 방식이다.

 

친구와 한 번 만날 때 가장 흔한 지출액은 3만~5만원이지만, 5만원은 이미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는 금액이다. 밥 한 끼와 커피 한 잔에도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친구를 만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