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따라할 엄두도 못낸다"… LG디스플레이, ‘꿈의 기술’로 승부수 띄웠다

OLED 생산 방식 획기적 개선한 LGD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의 맹추격 차단
LCD 패권은 내줬지만 OLED 여전히 강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맹추격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OLED 화면을 만드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꾼 신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효율성을 대폭높인 신기술을 앞세워 중국 추격의 ‘선제 차단’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6에서 LG디스플레이는 자체 개발한 OLED 패터닝(화소 배열) 기술 ‘플립(FLiPP)’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플립은 ‘마스크가 필요 없는 혁신 화소 공정’이라는 뜻의 영문(FMM-Less innovative Pixel Patterning)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LG디스플레이가 IMID 2026에서 자체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 'FLiPP(플립)'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지금까지 OLED는 '파인메탈마스크(FMM)'라는 얇은 금속 그물망을 써서 만들었다. 미세한 구멍이 뚫린 이 그물망을 유리 기판에 밀착시킨 뒤, 구멍 사이로 빨강·초록·파랑(RGB) 빛을 내는 물질을 차례로 뿌려 화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미술 시간의 ‘스텐실’(모양대로 구멍을 뚫은 판 위에 물감을 칠하는 기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문제는 이 그물망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고, 화면 크기나 해상도를 바꿀 때마다 새로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큰 화면용 그물망은 무게 탓에 가운데가 아래로 처지면서 구멍 위치가 어긋나 색이 뒤섞이는 불량이 생겼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FMM 없는 공정’을 이른바 ‘꿈의 기술’로 불러온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포토 공정’(빛으로 미세한 모양을 새기는 기술)을 응용해 이 난제를 풀었다. 유리 기판 전체에 RGB 물질을 먼저 정확한 위치에 입힌 뒤, 자외선(UV) 빛으로 필요 없는 부분만 정밀하게 지워내는 방식이다. 약 1년간의 집중 연구 끝에 완성했다.

 

효과는 뚜렷하다. 그물망이 차지하던 빈 공간을 없앤 덕에, 실제로 빛을 내는 화소 면적의 비율을 뜻하는 ‘개구율’이 기존 FMM 방식보다 약 55% 넓어졌다. 이를 활용하면 화면 밝기(휘도)를 1.6배 높이거나, 수명을 2.4배 늘리거나, 소비전력을 13%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기술을 세계 최초, 그것도 유일하게 8.5세대(가로 2200×세로 2500㎜급) 대형 유리 원판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FMM 방식은 그물망 크기 한계 탓에 대형 원판을 반으로 잘라(하프컷) 써야 했지만, 플립은 자를 필요가 없다. 원판 한 장에서 실제 패널로 쓰이는 비율인 ‘면취 효율’이 경쟁 방식보다 최대 64% 높아, 그만큼 원가도 내려간다.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인 중국 경쟁사는 대형 OLED 양산 경험이 없어, 절반 크기인 6세대(1500×1850㎜) 설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원판을 다루는 공정 자체가 오랜 시행착오와 막대한 설비 투자 없이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인 만큼,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가 10여 년간 세계 유일의 대형 화이트(W)OLED를 양산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격차인 셈이다.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낮은 인건비와 정부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사실상 내줬다. 이번 플립 공개는 가격이 아닌 ‘기술 초격차’로 승부해 OLED 주도권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플립은 마스크가 없어 크기·해상도 제약도 사라진다. 이론상 1인치부터 100인치까지 어떤 패널이든 만들 수 있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에도 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태블릿·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을 시작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WOLED 독자 기술 및 노하우를 집약해 ‘꿈의 기술’로 불리는 차세대 OLED 패터닝 ‘FLiPP’ 구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IMID 참가를 계기로 차세대 OLED 기술을 선도하고 시장 차별화를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