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을 잡기 위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전이 치열하다. 제38대 총무원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현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전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전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의 3파전이다. 세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임기 4년간 이룰 과제를 공약했는데, 겹치는 대목도 저마다 앞세운 대목도 뚜렷하다.
◇세 후보가 함께 내건 공약
세 후보의 공약이 겹치는 첫 번째 지점은 교구 분권이다. 진우스님은 “중앙의 권한을 교구에 과감히 이양하여, 지역 사찰이 포교와 지역사회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며 “중앙이 앞서고 교구가 따르는 종단이 아니라 ‘교구와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며 실천하는 종단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념스님은 ‘교구 자치법’ 제정을, 경우스님은 ‘교구법’ 제정을 각각 내걸었다.
승려복지도 세 후보가 모두 제시했다. 진우스님은 출가부터 열반까지 종단이 책임지는 ‘승려 완전복지’ 완성을 공약했다. 정념스님은 출가에서 입적까지 스님들의 삶을 종단이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경우스님은 승가복지 강화를 약속했다.
인공지능 대응과 명상 보급 역시 세 선언문에 나란히 담겼다. 진우스님은 선명상을 ‘마음안보’·‘마음운동’으로 전개해 ‘K-선명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정념스님은 ‘불교 AI 윤리 선언’과 간화선에 기반한 통합명상 프로그램·다국어 명상 앱 무상 보급을 제시했다. 경우스님은 행정·교육·포교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선문화 대중화를 내걸었다.
◇진우스님, 기본수행비와 승려 완전복지
진우스님은 기부와 불교사업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전 종도를 대상으로 한 기본수행비 지원을 조속히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불교문화 콘텐츠를 다각화해 종단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성과가 다시 승려복지와 포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선거 제도와 관련해서는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사부대중의 지혜와 중의를 모아 승가의 위의에 맞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비구니스님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과 종단 내 위상·역할 제고, 승가교육과 수행환경 혁신을 통한 도제 양성, 남북 불교교류를 통한 한반도 평화 기여 등도 공약에 담았다. 연등회·템플스테이·사찰음식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사찰숲과 문화유산이 지닌 공익적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념스님, 교구 자치법과 능동형 복지
정념스님은 ‘교구 자치법’을 제정해 말사 주지 임명권을 교구본사로 이관하고 주요 종령 제정에는 교구장협의회의 합의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존립이 위태로운 미자립 사찰을 위한 지원기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승려 의료비 전액 지원과 교구별 노후 요양 거점 마련,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종단이 먼저 건강과 주거를 살펴 지원하는 능동형 복지 체계 수립을 내놨다. 스마트폰 하나로 1만 3천여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종단 현안을 상시 토론하는 모바일 인공지능 대중공사 플랫폼도 차별화된 공약이다. 총무원장 선출 제도는 사부대중의 민의가 반영되도록 선거인단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학연과 문중이 아니라 수행과 원력으로 소임을 맡는 인사 풍토 조성, 직능직 중앙종회의원 선출 제도 개혁, 호계와 소청 절차의 독립·공정 확립, 행자 교육과 강원 과정 개편, 늦깎이·만학 출가 문턱 완화를 제시했다.
◇경우스님, 교구법과 대정부 과제
경우스님은 교구법 제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말사 주지 임명권 등을 과감히 교구로 이양하고 교구 재정 확충을 위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대덕스님의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종도들의 뜻이 폭넓게 반영되는 ‘공동운영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대정부 과제로는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 이행을 우선하면서 전통사찰 핵심 보존지 종교용지화, 전통사찰 보수정비 자부담 폐지 및 상한액 조정, 문화재 관람료 보조금의 보전금 전환을 제시했다. 비구니 공약으로는 전국비구니회와의 상시 소통·협의 체계 마련과 함께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가 종책과 종단 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선거 구도는 아직 유동적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기호 3번 진우스님에 맞서 기호 1번 경우스님과 2번 정념스님이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 선거는 다음 달 3일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한 240명 등 321명의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총무원장 임기는 4년으로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