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떠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이란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에 도착해 작전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항모가 주재하지 않는 지역이 됐다. 미국의 무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실제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일(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X)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조지 워싱턴 항모강습단이 어제 중부사령부 전구에 도착해 중동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아라비아해를 항해하는 워싱턴함에서 승조원들이 비행갑판을 정리하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워싱턴함은 이란 전쟁 중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해 온 에이브러햄 링컨함과의 교대를 위한 것이다. 링컨함은 이날 중동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모항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향해 출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링컨함은 약 1만3000마일(약 2만1000㎞)을 항해해 샌디에이고로 돌아갈 예정이며 귀항에는 4∼5주가량 걸릴 것으로 NYT는 예상했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21일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한 뒤 12월 괌에서 짧게 기항하고 오만에서 보급품을 실은 것을 제외하면 272일간 해상에 있었다. 승조원의 투신 시도 등 장기 배치에 따른 복무 환경 문제가 불거져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미군은 링컨함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고 대신 태평양에서 작전 중이던 워싱턴함을 투입했다.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으로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미군 항모가 부재한 상태다. 미·중 패권 경쟁의 현장인 태평양에서 미 해군 전력의 상징인 항모가 사라지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영향력이 줄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 항모의 태평양 부재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24년 8월에도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미국이 태평양에서 공격 태세를 갖춘 항모를 한동안 운용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중 양국의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연일 치열해지는터라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마크 캔시안 미 예비역 해병대 대령은 액시오스에 “(중국이) 전면적인 침공에 나설 가능성은 작지만, 태평양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 (미 항모의) 공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터라 우려는 더 확대 중이다. 이런 우려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이나 대만,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상당수 국가들이 가지고 있다. 우려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이 지역 영향력에 균열이 갈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대만이나 필리핀, 일본은 미국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지원에 나설지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