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 시작하자” 外 [이 주의 점‘입’가경]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평가받는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본래 갈수록 경지에 이르고 흥취가 무르익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거나, 때로는 어이없고 민망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곧잘 쓴다. 이 코너는 두 의미를 함께 품고, 한 주 정치를 드러낸 정치인들의 ‘입’을 들여다본다. 정국의 향배를 가른 말, 충돌의 불씨가 된 말, 정책의 결을 드러낸 말을 따라가며 그 주 정치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의 부패방지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반부패 관계기관 장관회의인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이날 처음으로 열렸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 체제 존중과 흡수통일 불추구 원칙을 밝힌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종전 논의와 북핵 고도화 중단 방안까지 의제로 제시한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국민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대북 유화책 논란에 불을 붙였다.

 

○ 이 대통령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동산 공급 방안을 논의하다 나온 발언이다.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용적률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임대주택 비율 등의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자 이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정부가 ‘공급 총력전’을 내세운 가운데서도 공급 확대 방식과 규제 완화의 수위를 놓고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시각차를 드러낸 장면이다.

 

○ 이 대통령 “당·정·청은 시대적 소명을 함께 짊어진 운명 공동체이자 국정 동반자”

 

-19일 청와대에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정청래·송영길 의원을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나온 메시지다. 전당대회 기간 ‘명청대전’으로 불릴 만큼 당내 갈등이 격화됐던 만큼, 대통령이 전대 종료 이틀 만에 세 사람을 한자리에 불러 봉합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 사람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이자 국민주권정부의 책임 있는 주역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여권 안팎에서는 김민석 체제 출범 직후 당청 원팀 기조를 재확인한 장면으로 받아들였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 금싸라기 땅이 잘 이용되는 게 되게 중요하다”

 

-19일 TV조선 ‘뉴스퍼레이드’에 출연해 서울 용산공원 일부를 청년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하며 나온 말이다. 하 수석은 용산공원 부지가 91만평으로 여의도보다 크다며 전체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염된 토양 정화에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비용이 든다는 점도 주택 활용의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가 특별법 개정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도심 공급을 강조하는 정부와 대규모 녹지 보전을 주장하는 서울시 간 용산공원 활용 갈등이 새로운 부동산 쟁점으로 떠올랐다.

 

○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 “이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끝났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라”

 

-18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던진 제안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만큼 대통령이 집권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현직 대통령에게 집권당 탈당을 요구한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 위원장은 야당 대표를 만나고 대통령을 가장 심하게 비판하는 인사들의 이야기부터 들으라고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박지원 의원 등이 즉각 반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강원 강릉시 강릉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통해 밝힌 첫 메시지다.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토론하고, 직언하고, 방패가 되고, 민심 창구가 되겠다”고 했다. 전대 기간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당청 갈등 공방이 거셌던 만큼, 김 대표가 첫 메시지로 ‘지원’과 ‘수평’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정청래 후보 측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대거 입성한 상황에서 당청 안정과 당내 통합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 김 대표 “계파는 없다. 고려하지 않겠다”

 

- 19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새 지도부는 김민석 대표를 포함한 친명계와 최민희·이성윤·한민수 등 친청계가 공존하는 구도로 짜였다. 김 대표는 인사와 당 운영에서 계파를 보지 않겠다고 했고, 비공개 회의 내용이 유출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의에서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기강을 동시에 세운 메시지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계파 없음’ 선언은 첫 시험대에 올랐다.

 

○ 김 대표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인 조희대 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

 

-19일 부산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한 말이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대면 협의하는 관례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 임명을 서면 제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김 대표는 이를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김민석 체제 첫 공개 최고위가 곧바로 사법부 정면 공세로 시작된 셈이다. 야당은 사법부 겁박이자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 “대표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에 꼭 지키시도록 이 또한 제가 감시하겠다”

 

-21일 강원 강릉시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대표의 청년 최고위원 관련 당헌·당규 개정 약속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김 대표가 전용기 의원과 권미경 한국노총 공공연대노조연맹 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내정하자, 친청계인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사전 협의 부족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최 수석최고위원은 공개 회의에서는 충돌을 피했지만 “감시하겠다”는 표현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김민석 체제 출범 닷새 만에 최고위 내부의 친명·친청 긴장이 드러난 장면이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장동혁 같은 ‘찌질이 보수’가 아닌 통합을 이뤄 이기는 보수를 만들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

 

-21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비판하며 나온 말이다. 권 의원은 전날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6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징계정치는 독재정권 때나 했던 것”이라며 장 대표가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입틀막’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조경태·서범수·진종오 의원 등 비당권파 현역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와 전국 당협위원장 재선출 방침까지 겹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보복·사당화 논란이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