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 40대부터 난다면서요?”
아침에 분명 샤워를 했는데 오후가 되면 옷깃이나 목덜미에서 전과 다른 냄새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체취의 원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물질이 ‘2-노네날(2-nonenal)’이다.
온라인에서는 ‘40세부터 나는 냄새’, 심지어 ‘노인 냄새의 주범’이라는 설명까지 따라붙는다. 실제 연구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2-노네날이 나이가 들면서 증가할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40세가 되면 갑자기 생겨나는 물질로 보기는 어렵다.
◆‘마흔부터 난다’는 통념의 시작
2-노네날과 나이의 관계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01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에 실린 연구다.
연구진은 26~75세 건강한 성인 22명(남성 13명, 여성 9명)에게 면 소재 셔츠를 사흘간 착용하게 한 뒤 옷에 남은 체취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2-노네날은 40세 이상 참가자에게서만 검출됐다.
피부 표면의 오메가7 계열 불포화지방산과 지질 과산화물 역시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했고, 2-노네날 양과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오메가7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분해되는 과정에서 2-노네날이 생성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주의할 대목이 있다. ‘40세’는 사람의 체취가 바뀌는 생물학적 경계선이 아닌, 이 연구에 참여한 22명에게서 나온 결과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10년 일본에서 21~34세 건강한 여성 10명의 옷에 묻은 체취 성분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2-노네날이 참가자 전원에게서 검출됐다.
실험 방법과 채취 부위 등이 달라 두 연구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40세 이전에는 2-노네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는 셈이다.
2016년에는 목덜미 피부에서 나오는 가스를 직접 측정한 연구에서도 남녀 모두 나이가 들수록 2-노네날 방출량이 증가하는 흐름이 관찰됐다. 연구 역시 젊은층 시료에서 2-노네날을 검출했다. ‘40세부터 갑자기 생긴다’기보다는, 노화에 따라 양이 서서히 달라질 수 있는 물질로 보는 편이 여러 연구 결과에 더 가깝다.
◆땀 냄새와 다른 출발점…피부 지방이 산화된다
2-노네날은 흔히 떠올리는 땀 냄새와 생성 과정 자체가 다르다. 땀은 그 자체로는 거의 냄새가 없다. 피부 표면의 세균이 땀과 분비물 속 성분을 분해하면서 특유의 체취가 만들어지며,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처럼 땀샘이 밀집한 부위에서 두드러진다.
반면 2-노네날은 피부 표면 오메가7 계열 불포화지방산의 산화 과정과 관계가 있다. 2001년 연구진은 이를 ‘불쾌한 기름 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듯한’ 냄새를 지닌 불포화 알데하이드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땀을 줄이는 것과 2-노네날 생성을 줄이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알루미늄 계열 성분이 들어간 땀 억제제는 땀의 양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데오드란트는 향으로 냄새를 가리거나 피부 세균에 작용하는 방식이 많다. 피부 지질의 산화 자체를 차단하는 치료법과는 구분해야 한다.
◆‘나이 든 냄새=더 지독하다’도 사실과 달라
나이가 들수록 체취가 무조건 더 강하고 불쾌해진다는 생각도 연구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2012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는 20~30세, 45~55세, 75~95세 세 연령대의 체취를 비교한 연구가 실렸다. 각 연령대별로 12~16명씩, 총 40여 명에게서 겨드랑이 체취를 채취했고 20~30대 젊은 성인 41명이 이를 맡고 평가했다.
평가 결과 75~95세 고령층의 체취는 20~30세 청년층과 45~55세 중년층보다 강도가 낮고 덜 불쾌한 것으로 평가됐다. 참가자들은 고령층 냄새를 다른 연령대의 냄새와 구별하는 능력도 보였다.
여기서도 구분할 것이 있다. 이 연구는 순수한 2-노네날만 맡게 한 실험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채취한 여러 성분이 섞인 ‘전체 체취’를 평가한 것이다.
‘2-노네날은 별로 불쾌한 냄새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는 나이 든 사람의 체취가 젊은 사람보다 반드시 강하거나 불쾌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냄새 없애겠다고 ‘박박’…피부만 상할 수도
체취가 신경 쓰인다고 샤워 횟수를 무작정 늘리거나 뜨거운 물과 거친 타월로 피부를 문지르는 것도 답은 아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의 건성 피부 관리 지침은 샤워나 목욕을 미지근한 물로 5~10분 이내에 끝내고, 순한 세정제를 필요한 부위에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수건으로 세게 문지르기보다 가볍게 두드려 물기를 닦고, 피부가 촉촉할 때 보습제를 바르는 것도 권고 사항이다.
이는 2-노네날을 없애기 위한 전용 치료법이 아니라 피부 장벽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관리법이다. 현재 근거만으로 특정 비누나 세정법이 2-노네날을 없애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AAD는 전신용 데오드란트를 굳이 온몸에 바를 필요는 없다고도 설명한다. 냄새가 실제로 발생하는 겨드랑이·발 등 필요한 부위 위주로 쓰라는 것이다. 민감한 피부에 여러 제품을 반복해서 바르면 오히려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평소와 체취가 조금 달라졌다고 질병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음식과 호르몬 변화, 땀, 피부 미생물, 약물 등 체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반대로 냄새가 갑자기 크게 달라졌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땀이 급격히 늘었다면 얘기가 다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평소와 체취가 달라지거나 갑자기 땀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당뇨병과 신장·간 질환, 일부 약물 등도 체취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
결국 ‘마흔이 되면 어느 날 갑자기 2-노네날 냄새가 난다’는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 지질과 체취 성분의 구성이 서서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정도다.
씻어도 예전과 다른 냄새가 느껴진다면 더 세게 씻기보다 피부 자극을 줄이는 관리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 체취의 급격한 변화가 이어질 때는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원인을 확인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