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얼음까지 글로벌 인증”…K푸드 잘나가자 공장부터 달라졌다

K푸드의 경쟁 무대가 맛과 가격을 넘어 ‘공장의 안전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풀무원 제공

만두와 간편식, 홍삼, 음료에 이어 여름철 소비가 많은 ‘먹는 얼음’까지 국제 기준을 반영한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갖추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해외 유통망과 수출 시장을 넓히려면 제품 자체뿐 아니라 어느 공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를 입증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 춘천 얼음공장은 국내 식용 얼음 전문 제조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춘천 얼음공장은 일반 HACCP과 스마트 HACCP, 글로벌 HACCP, FSSC 22000 등 4개 식품안전 관련 인증 체계를 갖추게 됐다.

 

글로벌 HACCP은 기존 HACCP에서 관리하던 제조 과정의 위해요소에 식품방어, 식품사기 예방, 식품안전문화와 식품안전경영 등을 추가한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변화하는 국제 식품안전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도입했다.

 

얼음은 다른 가공식품보다 물 관리가 중요하다. 제조용수가 그대로 완제품이 되기 때문이다.

 

풀무원 춘천 얼음공장은 정기 수질검사와 함께 매일 자체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배관과 탱크, 제빙 설비 세척과 잔류수 관리 등 2차 오염을 막기 위한 관리체계도 운영한다.

 

여기에 원수 관리부터 제빙·분쇄·포장·금속검출·출고까지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도와 시간, 위생 상태 등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공장은 현재 봉지얼음 8종과 컵아이스 3종 등 11종을 생산한다.

 

글로벌 HACCP 도입에 속도를 내는 곳은 풀무원뿐만이 아니다.

 

식약처 집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말 이미 13개 업소, 54개 품목이 글로벌 HACCP 등록을 마쳤다.

 

CJ제일제당 인천공장은 지난해 11월 냉동만두를 비롯해 기타가공품과 기타수산물가공품, 분쇄가공육제품에 대해 글로벌 HACCP 등록을 완료했다.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공장도 과자·빵류·즉석조리식품·식용얼음·커피·빙과 등 식품류와 아이스크림·아이스밀크·샤베트 등 유가공품까지 폭넓게 등록했다.

 

정식품 청주공장도 가공두유와 혼합음료, 두류가공품, 과채주스, 커피, 환자용 균형영양조제식품 등 다수 품목에 글로벌 HACCP을 적용했다. KGC인삼공사 원주공장은 홍삼을 비롯해 액상차와 인삼·홍삼음료, 혼합음료, 추출가공식품 등에 글로벌 HACCP 등록을 마쳤다.

 

대상은 수출 경쟁력이 높은 소재사업부터 안전 기준을 높였다.

 

대상 군산 전분당공장은 지난해 12월 전분과 물엿, 올리고당, 포도당, 덱스트린, 당류가공품 등과 건강기능식품 원료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에 대해 글로벌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전분당 업계와 건강기능식품 부문에서 각각 첫 인증 사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군산공장은 대체당인 알룰로스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대상의 핵심 소재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K푸드 완제품뿐 아니라 해외 식품기업에 공급할 원료 단계부터 안전성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단체급식·간편식 업체도 인증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워홈 안산공장은 최근 즉석조리식품과 즉석섭취식품 등 식품제조·가공업 6개 유형과 햄·양념육 등 축산물가공업 4개 유형에 대해 글로벌 HACCP 적합 판정을 받았다.

 

수출 제품에는 인증을 한 겹 더 쌓았다.

 

아워홈 냉동도시락 ‘온더고’ 수출 제품 3종은 식품안전국가인증제인 KFS(K-Food&Safety)와 자국생산증명도 확보했다. KFS는 수출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해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인증 제도다.

 

기존 글로벌 식품안전 인증을 생산기지 전체로 넓히는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생산시설에도 국제식품안전협회(GFSI)가 인정하는 식품안전시스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식품 생산사업장 53곳 가운데 47곳이 GFSI 인정 인증을 취득했다.

 

이처럼 식품안전 관리가 제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원료와 공장, 협력업체, 물류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안전관리의 또 다른 축은 ‘스마트 HACCP’이다.

 

스마트 HACCP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이용해 중요관리점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관리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수기로 작성하던 기록을 자동화해 누락이나 임의 변경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입 업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스마트 HACCP 등록업체는 2022년 226개소에서 2023년 345개소, 2024년 452개소, 지난해 560개소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650개소, 2030년 최대 1050개소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안전 인증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K푸드 수출 확대가 있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기업과 거래하려면 국내 법정 기준 충족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다. FSSC 22000처럼 GFSI가 인정하는 국제 식품안전 인증은 해외 거래처가 공급업체의 관리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결국 K푸드의 해외 경쟁이 거세질수록 식품기업이 챙겨야 할 ‘스펙’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HACCP이 공장 위생관리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공정의 디지털화와 식품방어, 식품사기 예방, 글로벌 공급망 관리까지 경쟁력의 일부가 된 셈이다.

 

먹는 얼음에까지 글로벌 HACCP을 적용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K푸드가 국경을 넘으면서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던 ‘공장 안쪽’이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