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무서워서 노른자 빼고 먹었는데…”
삶은 달걀을 먹을 때 노른자를 남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돼 흰자만 챙겨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달걀의 주요 영양소인 콜린은 흰자가 아니라 노른자에 몰려 있다.
노년층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 달걀을 일주일에 1개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그렇다고 달걀 한 알이 치매를 막아준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가 보여준 건 어디까지나 ‘연관성’이다.
◆주 1개 먹은 노인, 위험 47% 낮았다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트리션’에 실린 연구는 미국 러시 메모리·에이징 프로젝트에 참여한 노인 1024명을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81.4세였고, 평균 6.7년간 추적했다. 이 기간 280명, 전체의 27.3%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달걀 섭취 빈도를 전혀 먹지 않거나 월 1개 미만, 월 1~3개, 주 1개, 주 2개 이상 다섯 구간으로 나눴다.
여러 변수를 보정한 결과, 주 1개를 먹은 집단의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비는 월 1개 미만 섭취군 대비 0.53이었다. 주 2개 이상 섭취군도 마찬가지로 0.53이었다. 상대적으로 약 47% 낮은 위험과 연관됐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주 1개 이하를 먹은 사람보다 47% 낮았다’는 뜻이 아니다. 거의 먹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주 1개 또는 주 2개 이상을 섭취한 집단에서 이런 차이가 관찰됐다는 얘기다.
사망한 참가자 578명의 뇌를 부검한 분석에서도 달걀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소견 위험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관성에 콜린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도 따져봤다. 달걀 섭취와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 연관성의 약 39%는 식이 콜린 섭취로 설명된다고 추정했다.
◆달걀 1개에 콜린 147mg…노른자에 집중
콜린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체내에서도 일부 만들어지지만 필요량을 다 채우기는 어려워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큰 삶은 달걀 한 개에는 약 147mg의 콜린이 들어 있다. 성인 충분섭취량은 남성 하루 550mg, 여성 425mg이다.
이 147mg이 전부 노른자에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콜린은 흰자보다 노른자에 훨씬 많이 몰려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서도 달걀노른자는 대표적인 고콜린 식품으로 분류된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른자를 습관적으로 빼면, 콜린을 비롯한 노른자의 여러 영양소도 함께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노른자를 많이 먹을수록 뇌 건강에 더 좋다는 결론까지 나오는 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주 2개 이상 섭취군이 주 1개 섭취군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더 낮지는 않았다.
◆“달걀이 치매 예방”은 아직 이르다
콜레스테롤을 둘러싼 식사 지침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미국심장협회(AHA)는 2026년 새 식생활 지침에서, 대부분 사람에게 식이 콜레스테롤 자체를 심혈관질환 예방의 주요 관리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특정 영양소나 음식 하나를 따지기보다 채소·과일·통곡물·건강한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한 전체 식사 패턴을 보라는 취지다.
앞서 2019년 AHA 과학자문에서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달걀 1개 정도는 식단에 포함할 수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건강한 고령자는 하루 2개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위험요인이 있다면 개인 상태에 맞춰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번 달걀 연구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무작위로 달걀을 먹인 임상시험이 아니라 평소 식습관을 관찰한 연구다. 달걀을 자주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연구에서 다 걸러내지 못한 생활습관 차이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참가자 평균 연령이 80대를 넘는 만큼, 결과를 모든 연령층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연구 일부가 달걀 관련 산업단체인 Egg Nutrition Center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논문에는 이 지원이 제한 없는 연구자 주도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비 제공자가 데이터 분석이나 결과 해석, 논문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에서는 치매 부담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25%,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였다. 복지부는 2025년 치매 환자를 97만 명으로 추산했고, 2026년에는 이 숫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달걀은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단백질과 콜린을 공급할 수 있는 식품이다. 이번 연구는 꾸준한 달걀 섭취와 낮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 1개면 치매 위험을 47% 줄인다’고 받아들이면 연구 결과를 넘어서는 해석이 된다.
달걀 한 알보다 중요한 건 채소·통곡물·생선 등 다양한 식품을 함께 먹고, 운동·수면·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생활습관 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