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보러 왔다가 빵·만두·화장품까지…LA 14만명 홀린 ‘K라이프스타일’

K팝을 보기 위해 모인 미국 소비자들이 이제 한국 빵과 만두를 맛보고 K뷰티 제품까지 직접 체험하고 있다. 공연 중심이던 K컬처 열풍이 식품과 베이커리, 뷰티 등 일상 소비 영역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다.

 

CJ푸드빌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LA 2026’에는 약 14만2000명이 찾았다. 36개 아티스트·배우 팀과 144개 기업·브랜드가 참여했으며 행사장은 724개 부스 규모로 꾸려졌다.

 

KCON은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시작한 K컬처 페스티벌이다. 초기에는 K팝 공연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K푸드와 K뷰티, 콘텐츠를 한데 묶은 종합 K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행사의 테마도 서울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K-소울 시티’였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올해 KCON 현장에서 브랜드존과 포토존, 참여형 게임 등을 결합한 체험형 부스를 운영했다.

 

대표 제품인 ‘클라우드 케이크’를 대형 오브제로 만든 포토존을 전면에 내세웠고 브랜드 토트백과 굿즈 등을 증정했다. 행사 방문객에게 미국 현지 뚜레쥬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제공했다.

 

축제장에서 끝나는 일회성 노출이 아니라 K컬처 팬을 실제 매장 고객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뚜레쥬르는 이미 미국을 핵심 해외 시장으로 키우고 있다. 2004년 미국에 처음 진출했으며 미국 공식 홈페이지 기준 현재 11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매장은 1740개 이상이다.

 

CJ푸드빌은 미국 사업 확장을 위한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내 가맹사업 확대를 위해 캘리포니아주 커머스에 베이커리 교육시설을 구축하는 등 현지 운영 기반을 넓혀왔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미국 매장을 2030년까지 1000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K팝을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하게 한 뒤 실제 매장 소비로 연결하는 방식이 미국 사업 확대의 또 다른 통로가 된 셈이다.

 

KCON을 미국 소비자와 접촉하는 무대로 활용한 곳은 뚜레쥬르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올해 행사장에서 라면과 만두, 소스, 김 등 대표 K푸드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 제품 전시보다 직접 맛보고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K푸드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비고는 지난해 KCON LA에서도 체험형 부스를 운영했다. 당시에도 음식과 패션, 음악을 함께 즐기는 KCON의 특성을 활용해 관람객이 비비고 제품을 직접 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K뷰티에서는 CJ올리브영이 한발 더 나갔다.

 

올리브영은 올해 처음 미국에서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을 개최했다. KCON과 연계한 1422평 규모 행사장에 55개 K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모았고 사흘간 약 10만명이 방문했다.

 

명동과 홍대, 성수, 강남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들고 스킨스캔과 퍼스널컬러 등 체험 프로그램을 배치해 국내에서 축적한 ‘발견형 쇼핑’ 경험을 미국 시장에 옮겼다.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중소·인디 K뷰티 업체까지 미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유통 플랫폼 역할을 시험한 셈이다.

 

K베이커리 시장에서는 뚜레쥬르와 SPC그룹 파리바게뜨의 미국 확장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북미에서 3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에도 공격적으로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지난달 플래이노에 27번째 매장을 열었다.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 매장을 2030년까지 1000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올해 초에는 북미 매장을 연내 400곳 수준까지 늘리기 위해 약 150개의 신규 카페를 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2025년에만 북미에서 77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뚜레쥬르 역시 미국을 장기 성장시장으로 잡고 매장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베이커리 업체들의 경쟁 무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넓어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차이점은 K팝과 K콘텐츠가 이들의 미국 진출을 돕는 새로운 ‘입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해외 진출이 한인 상권에 매장을 열고 현지 소비자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KCON과 같은 대형 행사에서 먼저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 뒤 제품 구매와 매장 방문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CJ그룹 역시 북미 사업을 개별 브랜드 진출에서 한 단계 확장해 K콘텐츠와 식품, 뷰티, 외식 등을 연결하는 ‘K라이프스타일 생태계’로 키운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K팝으로 시작한 한류가 ‘무엇을 듣느냐’를 넘어 ‘무엇을 먹고 바르고 소비하느냐’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의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LA에서 케이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만두를 맛본 경험이 미국 동네의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 매장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