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윙, 지진입니다. 지진입니다.”
23일 새벽 2시 일본 도쿄 신주쿠구. 휴대전화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리더니 이내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장 위 물건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의 진동이었다. 흔들림은 잦아드는 듯하더니 계속 이어져 수초간 지속됐다.
일본 기상청은 예상되는 최대 진도가 5약 이상 또는 장주기 지진동 계급이 3 이상일 때 휴대전화로 긴급지진속보를 내보낸다. 속보가 뜬 뒤 수초가 지나면 지진으로 발생한 S파가 지표면에 도달한다.
이날 신주쿠구에서 나타난 흔들림은 진도 4.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고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의 진동을 가리킨다. 불안정하게 세워진 물체는 쓰러질 수도 있다. 진도는 특정 지역에서 실제로 느껴지는 흔들림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진의 절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규모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번 지진 진원지인 이바라키현 쪽에 위치한 도쿄 아다치구에서는 진도 5약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5약은 흔들림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며 선반에 있는 식기류, 책장의 책이 떨어질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도쿄 23구에서 진도 5약 이상의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2021년 10월7일 혼슈 지바현 북서부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5.9 지진 이후 처음이라고 NHK방송은 전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도쿄 23구와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에서는 장주기 지진동 2급이 관측됐다. 장주기 지진동은 지진 흔들림이 더 길고 느려 고층 건물의 흔들림이 커지고, 주변 고정물을 붙잡지 않으면 걷기 어려운 곳이 생길 수 있다.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는 “단잠을 자다 놀라서 깨 보니 어항 물이 넘쳐 있었다. 단수도 처음 겪는다”거나 “가구와 전신 거울이 쓰러져 있었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에서 겪은 가장 큰 지진 같다”는 글도 있었다.
이번 지진은 도쿄에서 가까운 이바라키현 남쪽에서 발생했다. 규모 5.9에 진원 깊이는 약 68㎞라고 일본 기상청은 전했다. 사카이 신이치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NHK에 “이바라키현 남부는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지진은 비교적 깊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넓은 범위로 강한 흔들림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크지는 않았으나,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 60대 여성이 지진 흔들림에 계단에서 굴러 다치는 등 부상자가 나왔다.
일본 기상청은 향후 1주일가량 최대 진도 5약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최근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지반이 약해진 지바현에서는 지진으로 산사태나 토사 유출 등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