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경기에 의존, 사업은 다년도 지출…미래대응기금 보완책 목소리

경기 영향 받는 추가세수로 재원 조성
미래대응기금에는 계속 지출 사업
국가채무 감축 로드맵도 반영 안돼
“의회의 재정 통제주의에 반해”

150조원이 넘는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상황에 맞춰 출렁일 수밖에 없는 추가세수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지출이 필요한 사업에 기금이 장기간 투입될 경우, 재정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필요시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국채를 갚겠다고 밝혔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 관리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기획예산처.

23일 기획처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방안을 밝힌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은 추가세수다. 추가세수란 최근 10년 내국세 성장률과 2년 전 내국세 결산액을 반영해 산출한 ‘추세치’를 웃돌아 이듬해 들어올 것으로 추정되는 세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최초 적립되는 내년도 추가세수의 경우 2025년 내국세 결산액(330조원)에 2015~2025년 내국세 증가율을 반영해 추세치를 확정하고, 정부가 9월 초 발표하는 내년도 내국세 전망치와의 차액을 적립하게 된다. 내년도 국세수입이 580조원, 내국세가 52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세치가 375조원 정도로 계산될 경우, 150조원 정도가 추가세수로 적립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가세수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따른 법인세 호황 여부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세수입 증감률이 전례 없이 요동친 것은 기업 실적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법인세 신고분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의 경우 반도체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56조원이 넘는 세수펑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금의 수입원이 대외 변수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에 다년도 지출 사업을 대거 담을 경우 기금의 재정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미래대응기금 중점 투자 사업에 농어촌 기본소득 등 매년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포함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계속적으로 지출하는 사업을 경기순환적인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건 재정 안정화 역할과 모순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국가채무 감축 방안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박홍근 장관은 “필요한 경우 국채를 상환하겠다”면서 채무 감축 가능성도 열어 놨다. 하지만 이번 추진방안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진됐던 ‘재정준칙’이나 그보다 유연한 형태의 ‘재정앵커’ 개념도 언급되지 않았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나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원칙을 말한다. 재정앵커는 총량적 재정지표의 중장기적 상한선을 설정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넣기로 한만큼 결산 과정에서 일반회계에 남는 재원이 줄어 세계잉여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잉여금은 결산 과정에서 세입과 세출의 차이로 발생하는 재원으로,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에 활용된다.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전입되면서 국채 상환을 위한 재정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에는 정부의 과도한 재량이 들어가 있어 의회의 재정 통제주의에 반한다”면서 “정부안은 부채 관리를 배제하고 적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재정운용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영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