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하기 위한 국적 선사 컨테이너선의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시작됐다.
팬스타그룹은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인 ‘팬스타 아크로(3만5708t)’호가 전날 오후 9시25분 부산신항을 출항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적 선사가 상업 목적의 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에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앞으로 약 45일간 북동항로를 따라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한 뒤,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10월 5일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출항 당시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와 공컨테이너 202TEU 등 모두 939TEU를 실었다. 귀항 때는 공컨테이너 1300TEU와 수입화물 등을 싣고 올 계획이다.
이번 운항은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가 추진하는 정부 주도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이다. 팬스타는 지난 5월 시범운항 선사로 선정됐다. 특히 북극항로의 ‘경제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진다. 부산~로테르담 구간 기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운항거리는 약 35%, 운항기간은 약 10일 줄일 수 있다. 이번 항차에서 연료비 약 30% 절감 효과를 확인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극지 운항에 따른 안전 문제도 대비했다. 승무원 20명 가운데 선장과 기관장 등 핵심 사관을 내국인 해기사로 구성하고, 극지 운항 경험이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현직 항해사를 1등 항해사로 배치했다. 전 항해사관에게 극지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선장과 1등 항해사에게는 별도 직무교육도 진행했다.
이번 항해에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조선해양사업부문 권재근 대표가 직접 승선해 저온 환경에서의 기관 운용과 선체 거동 및 연료 소비 특성 등을 직접 확인한다. 팬스타는 이를 통해 향후 극지 운항 선박 설계에 활용할 기술 데이터를 확보할 방침이다.
팬스타그룹은 이번 시범운항을 계기로 선박 확보부터 극지 해기사 양성·교육과 운항에 이르는 전 과정의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30년간 구축한 한·중·일 해상운송 네트워크와 북극항로를 연계해 아시아~유럽 정기항로를 구축하고, 부산항의 유럽 환적 기능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무사히 다녀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운항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아시아~유럽 북극항로 정기 서비스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