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급격한 세제 개혁은 이익집단 반발로 실패할 여지 올바른 정책 선택 중요하지만 실행성 높일 방안도 강구해야
경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 방안 선택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방안이 국회 통과를 거쳐 실행될 수 있는지 여부는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반발이나 이익집단의 로비로 국회 통과를 못해 실행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에 관한 정책은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과세제도 변경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기존 제도하에서 혜택을 보던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그동안 주택담보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로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마지막으로 주택에 대한 세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다주택은 물론 1주택의 경우라도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크게 높이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주택 가격은 금리나 주택공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과세제도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보유세 인상은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고 양도소득세는 주택에 대한 세후 투자수익률을 낮춰서 주택수요를 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은 필수재여서 고가 주택과 중저가 시장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고가 주택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중저가 주택 가격도 높아지게 된다. 현행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배경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러한 정부 부동산 세제개혁의 성공 여부는 기존의 제도하에서 혜택을 보던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책당국은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 즉 정책디자인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나치게 급격한 세제개혁은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로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서울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세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 보유 시 1주택의 경우 양도차익의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최대 80%를 공제해 주던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고 최대 공제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비거주 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앙도소득세 또한 강화하는 안을 제시한다. 장기보유 공제제도는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차등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의 수직적 형평성을 위해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까지 추가되면 전세나 월세 세입자의 반발은 물론 노후 소득이 없어 자가를 세놓는 고령층의 반대까지 우려된다는 점에서 그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정책당국은 이익집단의 반발을 낮추는 세제개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책 수립에 있어 이익집단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전략도 중요하다. 경제학에서는 올바른 정책의 선택만 중요시하고 정책이 실행되기 위한 전략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학에서는 이익집단을 분리하거나 정책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정책이 실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그리고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과거와 달리 이익집단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책결정자는 이익집단의 반발을 낮추면서 정책의 실행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도 또한 높일 필요가 있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 제시 이후 여론을 반영해서 완화해 주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잦은 정책 변경은 정책의 신뢰도를 낮추고 정책의 효과를 줄인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임대주택제도 등 부동산 정책을 지나치게 자주 변경해 왔다. 과세제도가 또 변경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정책 효과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잦은 제도나 정책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
비록 1주택이라 하더라도 주택은 거주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투자의 수단이다. 주택에 대한 과세는 보유의 기회비용을 높이는 것은 물론 투자수익률을 낮춰서 주택수요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 안정에 있어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필수재인 주택에 대한 과세에는 거의 모든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연관되어 있다. 세제개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선택도 중요하지만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부동산 정책디자인 기술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