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받기 위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이재에 밝은 상인이나 장인뿐만 아니라 하녀들도 있었다. 이들이 이날 기다림 끝에 받은 것은 종이 문서였다. 바로 주식(株式)이었다. 근대적 주식제도 및 투자 개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602년, 대중을 상대로 최초로 주식을 발행한 회사는 ‘네덜란드 동인도주식회사(VOC)’였다. 당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열강들은 향신료나 차 등을 얻기 위해 동방무역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문제는 긴 항해나 해적의 위협, 자금 부족 등으로 위험 역시 너무 컸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주식회사였다. 왕실만이 아닌 많은 대중의 공동 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되 수익을 함께 나누는 원리였다. 여기에 무역과 주식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배당금 개념을 도입, 장기투자 방식으로 진화했다. VOC는 영국 동인도회사보다 2년 늦게 세워졌지만, 혁신적 ‘주식회사’ 방식을 채택하면서 일약 자본주의 질서를 선도할 수 있었다.
현금 및 주식 배당은 이후 주식회사 제도가 정착되면서 위험을 감수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법적 권리로 자리 잡았다. 자사주 매각 및 소각 방식은 상대적으로 최근인 20세기 후반 주주환원 방법으로 부각됐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기업으로 사상 최대인 110조원 규모의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20조여원의 5배에 이르는 규모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9일 40조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국내 다른 기업들까지 파급될 경우 기업 환경과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 유입은 물론 해외 증시로 향한 ‘서학개미’들을 돌려세우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다만, 그동안 소홀히 해온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미래성장 동력까지 훼손해선 곤란할 것이다. 정부 역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도록 지원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