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집단·잔금대출 늘리고 주담대는 조인다

대출시장 선별적 대응 나서

실수요 대출 풀되 대출관리 지속
금융당국 기조 변화에 부응 나서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 2~4배로
주담대 금리 인하 등엔 신중 모드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이 집단·잔금대출 한도를 일제히 늘리고 있지만 기존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높게 유지하는 등 선별적인 대응에 나섰다. 주택 실수요 대출은 과감히 풀되 가계대출 관리는 이어가려는 금융당국 기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일제히 기존 1000억원씩이었던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 한도를 2000억~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 3000억원 △신한은행 4000억원 △하나은행 3500억원 △우리은행 2000억원 △NH농협은행 3000억원 등으로 한도를 늘렸고 추가 한도 확대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하 경쟁도 시작돼 신한은행은 대출금리를 연 0.06%포인트, NH농협은행은 0.1%포인트 인하했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확대하면서 19일 은행권에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디에이치방배는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토론회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았음에도 대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사례로 언급됐던 곳이다.

치열해진 집단·잔금대출 경쟁과는 별개로 은행권은 줄였던 주담대 규모를 늘리거나 금리를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데는 신중한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접수를 11월 실행분에 한해 중단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서만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규 가입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최대 5000만원으로 제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중단 등을 해왔는데 추가로 고삐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 주택구입 목적 담보대출 한도를 모든 지역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는 초강수를 뒀는데 아직 늘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아직 이뤄지고 있어서 주담대 한도를 늘릴 유인이 없다”며 “집단·잔금대출을 둘러싼 경쟁은 계속될 수 있지만, 주담대 확대 기조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임계치에 다다른 가계대출 총량 잔액 역시 은행권이 일반 주담대를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51조1510억원으로 올해 초 금융당국과 협의해 설정한 기존 연간 증가액 목표치(4조3363억원)를 1조8447억원 초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