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골드 구매 증가… 주식 매매는 연중 최저

8월 안전자산으로 자금 회귀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급락에
달러예금 잔액 4년 만에 최고치
대기업 수출호조도 증가에 일조

골드바 판매액 올 1월 이후 최대
금값 상승에 전월比 3배 늘어나

주식시장 큰 변동성에 활기 줄어
회전율 0.56%… 3월의 3분의 1로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회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하자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국제 금값 상승세에 힘입어 골드바 판매액 역시 한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코스피 시장의 손바뀜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시중의 자금이 확실한 피난처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 기준 전체 달러예금 잔액은 749억2000만달러로, 7월 말(694억4000만달러)보다 54억8000만달러(8%) 늘었다. 이는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개인 달러예금은 132억2000만달러로 7월 말(127억1만달러)보다 5억1000만달러 늘었다. 이는 2022년 2월 말(138억5000만달러)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대다. 기업 달러예금도 617억달러로 2022년 12월 말(620억5000만달러)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1560원을 향해 치솟던 환율이 이달 1300원대로 빠르게 내려오자, 원화를 달러로 바꿔 예치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555.8원을 기록한 환율은 이후 내림세로 전환해 지난달 21일 138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17일(1380.1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대기업의 수출 호조도 달러예금 증가에 일조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은 반도체 수출 등으로 확보한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해외투자나 자금 조달에 활용할 시점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829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값이 고공행진하던 올해 1월(859억4000만원) 이후 최대 규모로, 7월 한 달 판매액(300억1000만원)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골드바 판매액은 금값이 흔들리기 시작한 2월 518억5000만원으로 줄어든 뒤 5월 314억2000만원으로 300억대로 내려왔고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관련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조8107억원으로 7월 말(1조7159억원)보다 948억원 늘었다. 골드뱅킹 잔액 증가는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3972.94달러까지 내려갔던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이후 상승 전환해 지난 21일 4603.56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동결 기대로 강세를 띠고 있다.

달러·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과 달리 주식시장은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계속되면서 이달 주식 회전율은 올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코스피의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0.56%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전체 상장주식 1000주 중 약 5.6주가 거래됐다는 의미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자 간 주식의 ‘사고팔고’가 적었다는 뜻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코스피가 상승하던 지난 1∼3월 일평균 회전율은 1월 0.86%에서 2월 1.65%, 3월 1.74%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4월부터 1.49%로 낮아지더니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커지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5월과 6월에는 각각 1.16%, 0.82%로 떨어졌다. 7월에도 0.72%로 떨어진 데 이어 이달에는 0.5%대까지 밀렸다.

올해 최고였던 3월 회전율과 비교하면 이달 일평균 회전율은 약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지난해 8월 0.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지난 7월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규제 강화도 주식 회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과열 우려가 나왔어도 낙관적인 전망과 ‘1만피’(코스피 1만)에 대한 기대감이 우세해 투자자들이 열심히 매매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