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진기록’ 승점 50고지… 2위와 13점 차이 10년 만에 우승컵 탈환 청신호
2년 간 통산 1승3무1패 ‘라이벌’ 정승원 세리머니 도발에 충돌도
프로축구 FC서울과 FC안양의 맞대결은 ‘연고지 더비’라 불린다. 이런 이름이 붙은 사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6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정부와 공조로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을 펼쳤고, 당시 서울을 연고로 하던 일화 천마(현 성남FC), 유공 코끼리(현 제주SK FC), LG 치타스(현 FC서울)가 연고지를 이전해야 했다. LG 치타스는 서울과 가까운 안양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8년 뒤인 2004년 다시 서울로 복귀하며 팀명을 FC서울로 바꿨다.
서울이 떠나자 안양에는 한동안 프로축구단이 없었다. 안양 축구팬들의 염원을 담아 2013년 시민구단인 FC안양이 창단했다.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이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026 24라운드 FC안양과의 ‘연고지 더비’에서 7-0 대승을 거둔 뒤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K리그2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FC서울과의 K리그 경기를 펼칠 기회가 없었지만, 안양이 2024시즌 K리그2 우승을 통해 2025시즌부터 K리그1로 승격하면서 연고지 더비가 매 시즌 세 차례 성사됐다. 두 팀 팬들은 맞대결 때마다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며 짧은 시간에 K리그를 대표하는 더비로 자리 잡았다.
2025시즌부터 연고지 더비는 무승부 혹은 승부가 갈리더라도 한 점 차로 승패가 결정되는 등 치열하게 전개됐다. 2025시즌엔 1승1무1패로 팽팽했고, 올 시즌은 두 차례 맞대결에서 1-1(4월5일 안양), 0-0(5월5일 서울)으로 비기기만 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2026 24라운드에서는 두 팀의 맞대결 역사에 길이 남을 승부가 펼쳐졌다. 서울이 전반에만 5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선보이며 무려 7-0 대승을 거둬 연고지 더비의 양상을 단숨에 뒤바꿔버렸다. 7골은 서울의 K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다.
2연승과 함께 최근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 행진을 이어간 서울은 승점 50(15승5무4패) 고지를 밟으며 독주 태세를 이어갔다. 2위 울산(승점 37), 3위 전북(승점 37)과 승점 차는 무려 13으로, 서울은 2016년 K리그1 우승 이후 10년 만에 트로피 탈환의 기회를 잡았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선 서울은 전반 6분, 김진수의 크로스를 정승원이 온몸으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 후 이 골을 정승원의 골에서 문선민의 골로 정정했다.
자신의 골이라고 생각했던 정승원은 안양 응원석 중계 카메라를 향해 ‘MVP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에 흥분한 일부 안양 팬들이 야유를 보내고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주심은 정승원이 상대 선수들과 팬을 도발했다며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의 첫 골이 터져 나온 후 안양 선수들은 흥분해 거칠게 전방으로 치고 나왔고, 서울의 압박에 걸려들어 손쉽게 역습을 허용하며 전반에만 5골을 허용했다. 서울의 전반 5골은 2013년 현재의 K리그1 시스템으로 개편된 이후 처음 나온 진기록이다. 정승원이 경고를 받은 뒤 골을 넣은 문선민, 클리말라 등 서울 선수들은 안양 응원석 카메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치며 안양 팬들을 자극했다. 서울은 후반에도 정승원의 감각적 로빙슛 골과 김진수의 헤더골로 7-0을 완성했다.
경기 뒤 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모든 게 완벽했다. 공을 빼앗은 뒤의 속도, 마무리까지 잘 이뤄졌다. 감독하면서 이렇게 퍼펙트하고 편하게 경기한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아직 (우승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9월부터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도 있다. 그걸 슬기롭게 잘 넘긴다면 (우승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연패 수렁에 빠져 승점 30(7승9무8패)에 그대로 머문 유병훈 안양 감독은 “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 오늘 경기는 내가 준비하고 판단했다. 100%가 아니라 1000%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전북 현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의 ‘현대가 더비’에서 모따의 헤더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승점 3을 보탠 전북은 승점 37(10승7무7패)이 되며 2위 울산(승점 37, 11승4무9패)과 승점 차 없는 3위가 됐다. 리그와 코리아컵을 포함해 3연패 중이던 전북은 중요한 라이벌전 승리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북 이승우가 후반 30분 교체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상대 김현석 감독과 거칠게 언쟁을 펼치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둘은 함께 경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