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 사건도 ‘판박이’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실종자가 최초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의 부실한 실종자 처리 과정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송구스럽다”며 제도적 보완을 약속했지만 경찰의 실종 수사 체계에 대한 개선 요구 목소리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제주시 일대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를 수색하던 중 또 다른 실종자인 60대 남성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달 2일 A씨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이다.
A씨 실종 사건을 처음 담당한 경찰관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모 경장이었다. 장씨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경찰관과 동일인이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A씨 실종 신고가 접수된 당일 가족에게 A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앞서 부 경장은 지난 5월15일 오후 6시43분 장씨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 보고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후 2시간30여분 만인 오후 9시16분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와 전화 통화 등 안전 확인을 하지 않았거나 상부 보고도 하지 않고 ‘셀프’ 종결한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실종자 장씨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5월12일 밤 실종 이후 경찰관 등 어떤 통화내용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의 통보로 안심한 가족 측이 그 후에도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19일 다시 실종신고를 하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도 장씨 실종을 성인의 단순 가출로 판단해 생활 반응 확인에 3주를 보냈고,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가족이 장씨 사진이 담긴 전단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언론 보도가 나가자 실종 3개월여 만인 지난 20일에야 집중 수색을 시작했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밤 남자친구와 장기 투숙하던 제주시 한림읍의 한 펜션에서 오후 10시15분쯤 혼자 휴대전화를 들고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겼다. CCTV 영상도 장씨 남자친구가 언론에 제공했다. 그런데도 부 경장은 “신고 대상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부 경장은 지난달 19일 실종 사건 재수사가 시작된 지 사흘 만인 22일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도 조사받고 있으며 현재 직위해제 상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경찰의 실종 수사 부실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실종 사건의 수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경찰이 실종 신고 접수·처리 과정에서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확인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앞서 국수본은 실종자 가족이 공개한 연락처로 총 17회에 걸쳐 ‘신음소리를 들려주면 실종자를 찾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장난전화를 한 10대 남성을 22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홍석기 국수본부장은 23일 제주경찰청에서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한 수사회의를 주관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