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세·빚 다 갚아줬는데… 700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아들 [심층기획-닫힌 문 너머]
기사입력 2026-08-24 06:01:00 기사수정 2026-08-24 09:48:40
20∼30대 청년 고립사 6.5%
“젊으니까 괜찮다”는 말론 못 막아 일상 공유할 만큼 관계 맺기 못해 “2년 전 답장이 마지막일 줄이야…”
262건의 고립사에서 가장 늦게 발견된 변사자는 사망한 지 700일 만에 신고된 20대 남성 A씨다. 전체 고립사 중 20∼30대 청년 고립사는 6.5%에 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는 발견 당시 미라 상태였다. 멀리 떨어져 사는 모친이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실종 신고를 했고, 모친은 경찰과 동행해 열쇠수리공을 불러 현관문을 열었다. 모친은 “2년 전 마지막 답장 이후 내 전화나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대학 진학 당시 집에서 독립했다.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등을 모친이 대신 납부해줘 생활고에 시달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투자 사기였다. 모친은 A씨가 아는 지인한테 수천만원을 사기당한 뒤 이전만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모친은 아들이 제2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해당 금액을 모두 갚아줬다. 모친은 “실수니 괜찮다. 젊으니 다시 열심히 살면 된다”고도 했다.
모친은 아들이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부채도 있었으리라 미뤄 짐작했다.
월세를 한 번도 밀린 적 없었는데 집주인으로부터 ‘월세가 밀렸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월세와 관리비를 대신 내주기 시작했다. ‘그냥 엄마 있는 데로 오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아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거부했다.
모친은 수년간 아들과 연락이 안 됐지만 목숨을 끊을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년 전 카카오톡 메신저 프로필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고, 전화를 해보니 다른 사람이었지만 모친은 ‘잘 지내고 있겠지’ 여기며 아들을 믿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 여부가 청년 고립사의 핵심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해당 사례에서 부모가 월세는 지원했지만, 사소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용돈을 주고받고 있는지보다 중요한 건 ‘관계 맺기의 형태’”라며 “‘밥은 먹었냐’, ‘잠은 잘 잤냐’ 등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나주영 부산의대 법의학교실(법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262건의 고립사 중 A씨 같은 20∼30대 청년 고립사는 17건(6.5%)으로 집계됐다.
최연소자는 한 야산 중턱에서 발견된 22세 남성 B씨였다.
B씨는 본가에서 독립해 나와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홀로 지낸 재수생이었다. A씨 유족처럼 B씨 유족들도 “그럴 애가 아니다”며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원했다.
건장한 청년이었던 그는 부모가 내주던 통신비도 임의로 자신 계좌에서 빠져나가게 옮길 만큼 책임감이 있었다. 유족은 “학창시절 부모가 힘든 일을 한다는 데 걱정을 많이 해서인지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공부도, 학교생활도 착실했다. 재수해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입학하는 게 목표였다.
프리랜서로 혼자 거주하던 30대 남성이 고립사해 20일 뒤 모친에게 발견된 사례도 있다. 부모에게 생활비를 의지하던 C씨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연결이 악화한 상태에서 사망했다. 이혼 뒤 혼자 거주하던 30대 여성 D씨도 사망 한 달 뒤 주거지에서 발견됐다.월세가 3개월 밀려 집주인이 연락을 취했고, 최초 발견자 역시 집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