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영화제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과 정치권의 판단에 따라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개최를 불과 보름여 앞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이미 70% 넘게 집행한 사업비의 20% 이상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고, 강릉 정동진독립영화제도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정치적 구도가 바뀔 때마다 지원 예산이 출렁이고 있다.
23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다음달 10일 고양·파주 일원에서 개막하는 제1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지원금 31억원 가운데 6억5000만원을 감액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전체 도비 지원액의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영화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에서 감액안이 제출됐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영화제는 현재 전체 사업비의 73%를 이미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거나 집행이 끝난 사업이 많기 때문에 6억5000만원을 급하게 줄이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 강릉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28회째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의 강릉시 지원액은 2023년 1억5000만원에서 2025년 5000만원으로 2년 만에 66.7% 감소했다. 민선 8기 국민의힘 김홍규 시장 재임 당시 영화제의 자립 필요성과 사업 운영의 적정성 등을 이유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민선 9기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시장이 지난달 단편영화 제작지원비 2000만원 등 1억원을 추경안에 반영했지만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강릉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지역 영화제가 장기적인 지원 원칙 없이 해마다 예산 심판대에 오르면서 운영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태 인하대 교수(연극영화학)는 “단체장의 성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원이 좌우되지 않도록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안정적인 재정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