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원짜리 불고기버거를 2500원에, 아이스커피는 1000원에 살 수 있게 됐다. 한국맥도날드가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할인 플랫폼 ‘해피 스낵’의 품목과 할인 폭을 확대했다.
정상 판매가를 내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해피 스낵을 통한 한시 할인이다. 올해 초 불고기버거를 포함한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린 지 6개월 만에 대표 메뉴를 30% 넘게 깎아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햄버거값은 최근 몇 년 새 유독 가파르게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햄버거 소비자물가지수는 135.17로, 기준연도인 2020년보다 35.17% 높다. 5년 사이 3분의 1 넘게 뛴 셈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일부터 새로운 해피 스낵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기존에 스낵과 디저트, 음료 위주였던 구성에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를 처음으로 넣었다.
정상가 3800원인 불고기버거는 2500원에 판매한다. 1300원, 34.2% 할인이다. 커피 쪽 할인폭은 더 크다. 아이스 드립 커피 미디엄(M)은 2400원에서 1000원으로 1400원(58.3%) 낮아졌고, 라지(L)는 2800원에서 1500원으로 46.4% 싸졌다.
이번 라인업에는 맥윙 2조각, 게살 크림 크로켓 스낵랩, 솔티드 카라멜 츄러스 3조각, 그리머스 쉐이크도 함께 포함됐는데, 그동안 진행된 관련 프로모션 가격대(3000~3300원 안팎)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할인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피 스낵은 맥도날드가 2021년부터 운영해 온 할인 프로그램으로, 버거·사이드·디저트·음료 등 인기 메뉴를 시즌마다 다른 구성으로 바꿔가며 저렴하게 파는 방식이다.
이번 할인 확대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올해 초 버거업계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월 20일부터 전체 79개 메뉴 중 35개 품목 가격을 100~400원 올렸다. 평균 인상률 2.4%. 당시 불고기버거 단품은 3600원에서 3800원으로, 빅맥은 5500원에서 5700원으로 각각 200원씩 뛰었다.
버거킹도 물러서지 않았다. 2월 12일부터 와퍼를 포함해 49개 메뉴 가격을 버거 단품 기준 200원, 사이드·디저트류는 100원씩 올렸다. 대표 메뉴 와퍼는 7200원에서 7400원으로, 와퍼주니어는 4800원에서 5000원으로 조정됐다.
맘스터치 역시 3월 1일부터 단품 기준 43개 품목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다. 싸이버거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 올랐다. 세 업체 모두 원재료비와 물류비, 고환율, 인건비 등 누적된 비용 부담을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자의 시선은 저가 메뉴와 할인 행사로 쏠린다. 5년 새 35% 넘게 뛴 햄버거 물가 앞에서, 같은 버거를 먹더라도 정가보다 쿠폰이나 시간대 할인, 프로모션가부터 확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업체들도 이 흐름을 읽고 있다. 정가는 올리되, 그 옆에는 부담을 낮춘 메뉴와 프로모션을 나란히 세워두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2월 26일 ‘어메이징 불고기’를 2500원에 새로 내놨다. 이건 일시적인 할인이 아니라 원재료 공동구매와 메뉴 설계 개선, 공정 효율화를 거쳐 정가 자체를 2500원으로 잡은 제품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7만개가 팔릴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도 이번 해피 스낵 개편으로 같은 2500원까지 내려왔다. 다만 방식은 다르다. 노브랜드버거는 애초에 정가가 2500원이다. 맥도날드는 정상가 3800원짜리 제품을 프로모션으로 2500원에 파는 구조다.
연초에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값을 올리고, 하반기에는 할인 폭을 키워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인다. 5년 새 35% 넘게 오른 햄버거 가격은 이제 ‘얼마나 올리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느냐’를 놓고도 업체 간 경쟁을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