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채우는 얼굴이 달라졌다. 중장년층의 전통 음료로 여겨졌던 차가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말차라테와 밀크티를 사 마시는 데서 나아가 찻잔과 차선을 갖추고 직접 말차를 만드는 사람도 늘었다.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국내 차류 가공업 생산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백화점과 카페, 편의점에서도 차 관련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다.
2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차 산업의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차류 가공업 생산액은 2020년 8664억원에서 2024년 1조1249억원으로 늘었다. 4년 동안 2585억원, 약 30% 증가한 규모다.
2024년 차류 생산량은 58만4000t으로 집계됐다.
생산액 1조1249억원은 소비자가 마트와 카페 등에서 차를 구매한 금액을 더한 소매시장 규모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등의 생산실적’을 토대로 산출한 차류 가공업 생산액이다.
차 산업의 변화는 유통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백화점에서 20·30대 고객이 구매한 차 관련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증가했다. 같은 백화점의 전체 차 매출 증가율 19.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1~7월 차 관련 매출은 신세계백화점에서 23.8%, 롯데백화점에서 20% 늘었다.
차를 접하는 장소도 전문 매장과 백화점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1~7월 차 메뉴 매출은 메가MGC커피에서 20%, 투썸플레이스에서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차 매출도 이마트24에서 17.4%, CU에서 11.7% 늘었다. 오설록 직영몰 역시 2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커피를 끊고 차로 완전히 옮겨갔다기보다 시간대와 기분, 건강 상태에 따라 음료를 바꿔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새롭게 국내에 진출한 차 전문 브랜드에도 젊은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9세 남녀 2000명을 조사한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차 전문 브랜드의 지속 이용 의향은 헤이티 36.7%, 차지 34.9%, 차백도 30.1%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 의향은 30%대였지만 20~30대 여성에서는 주요 브랜드의 지속 이용 의향이 40~50%대까지 올라갔다.
차 전문점이 기존 커피전문점을 빠르게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다. 차 전문 카페 이용자의 62.4%는 해당 매장을 이용한 뒤에도 기존 카페 이용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커피와 차 중 하나만 선택하기보다 두 종류의 매장을 필요에 따라 오가는 소비가 많다는 뜻이다.
젊은 차 소비의 중심에는 말차가 있다.
오설록의 지난해 1~11월 말차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8%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9% 넘게 뛰었다. 파우더와 밀크티 제품 등이 실적에 포함됐다.
말차는 찻잎을 우린 뒤 건져내는 녹차와 달리 찻잎을 곱게 갈아 만든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섞어 마신다. 카페에서는 우유와 시럽을 더한 말차라테가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고 말차 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로도 활용되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방법도 세분화됐다. 간편한 스틱형 제품을 타 마시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차완에 말차 가루를 넣고 차선으로 거품을 내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차가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를 넘어 맛과 색감, 만드는 과정까지 소비하는 취향 상품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 성향도 차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픈서베이의 ‘음료 트렌드 리포트 2025’에서 응답자의 65.7%는 음료를 고를 때 건강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섭취를 피하거나 조절하려는 성분으로는 당류가 62.1%로 가장 많이 꼽혔다. 2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칼로리와 카페인을 신경 쓰는 비율이 높았다.
차라고 해서 모두 저당·저칼로리 음료인 것은 아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녹차나 홍차와 달리 말차라테와 밀크티에는 우유와 설탕, 시럽 등이 들어갈 수 있다. 같은 이름의 메뉴라도 제조법과 용량에 따라 당류와 열량 차이가 크다.
카페인도 확인해야 한다. 녹차와 홍차, 말차 등 찻잎을 사용한 제품에는 자연적으로 카페인이 들어 있다. 특히 말차는 찻잎을 가루째 섭취하는 방식이어서 제품별 사용량과 제조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음료시장에서 커피의 자리가 당장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달라진 점은 소비자가 커피 한 종류만 반복해서 마시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생산액 1조원을 넘어선 차 산업이 일시적인 말차 유행을 넘어 일상적인 음료 선택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