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1번 승강장 덥습니다’ 문구가…용산역의 이례적인 안내문 [교통이 통하다]

상대적으로 대기 시간이 긴 1번 승강장
구조상 열기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승객의 온열질환 방지 위해 설치

‘1번 승강장이 매우 덥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역 맞이방에 설치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안내’ 입간판. 김동환 기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서울 용산역 맞이방에 이례적인 안내 표지판이 등장했다. 승객들에게 승강장에 미리 내려가 기다리지 말고, 열차 위치를 확인한 뒤 내려가라는 내용이었다.

 

‘11시~16시 사이에 1번 승강장을 이용하시는 고객은 열차 위치를 확인하신 후 내려가시면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경의중앙선 용문행 등은 ‘서강대역 출발 후’, ITX-청춘은 ‘열차 출발 10분 전’을 승강장에 내려갈 시점으로 제시했다.

 

열차를 타려면 미리 승강장에 내려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에서는 정반대였다. 무더위 속 승강장 체류 시간을 줄이고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코레일은 1번 승강장 이용 승객들의 대기 시간이 일반 지하철 승객보다 길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용산역 시간표를 보면 ITX-청춘은 배차 간격이 긴 편이고, 경의중앙선도 시간대에 따라 열차 간격이 20분 안팎까지 벌어진다.

 

폭염 속에서 승강장에 미리 내려가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코레일이 아예 열차 도착에 맞춰 승강장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했다.

 

해당 표지판은 지난 7월31일 설치돼 이달 12일 철거됐다. 하지만 입간판이 사라졌다고 더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울 낮 기온이 33도를 기록한 24일 오후 용산역 1번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서울 낮 기온이 33도를 기록한 24일 오후 용산역 1번 승강장을 찾자, 왜 이러한 안내 입간판이 설치됐는지 짐작할 만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1번 승강장에는 이동식 냉방기와 대형 선풍기가 가동 중이었다. 냉방기는 승강장 곳곳으로 바람을 내보냈고 대형 선풍기도 쉴 새 없이 돌았지만 승객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선풍기 앞에 서서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상의 밑단을 손으로 펄럭이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도 보였다.

 

한 승객은 전광판에 ‘전역 출발’이라고 표시된 용문행 열차를 기다리며 “전역이라는데 얼마나 더 걸리는 거야”라고 말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과 사우나처럼 달아오른 승강장 열기가 빚어낸 풍경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1번 승강장은 스크린도어 반대편 벽이 천장까지 이어진 구조여서 개방감이 다른 승강장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열기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용산 아이파크몰 민자역사 건설 당시 설치된 공조시설도 1번 승강장 주변에 있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서울 낮 기온이 33도를 기록한 24일 오후 용산역 1번 승강장에 승객들을 위한 이동식 냉방기가 설치되어 있다. 김동환 기자

 

코레일은 안내문의 ‘온열질환 예방’ 문구가 본사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역 차원에서 현장 상황에 맞춰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역 출발 후’, ‘열차 출발 10분 전’이라는 안내에 대해 용산역 관계자는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고객들이 승강장에 내려가서 승차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고려했다”며 “폭염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코레일은 1번 승강장 승객들의 이용 불편을 줄이고자 이동식 냉방기 4대와 대형 선풍기 1대를 배치·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는 승강장 내 휴업 매장을 임시 고객 대기실로 개방해 에어컨 2대를 가동했다. 다만 현재는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이곳은 이용할 수 없다.

 

코레일의 냉방 대책은 계속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를 거쳐 1번 승강장 내에 고객대기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