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 24일로 3년이 됐다. 3년 동안 바다로 흘려보낸 물은 무려 17만 2729톤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원전 부지 탱크에 남은 물이 방류 전보다 7%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원자로 건물에서 새 오염수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관공서 구내식당부터 국제회의 미디어센터까지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하게 했지만, 먹거리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 17만톤 흘려보냈지만 7%밖에 못 줄여
24일 도쿄전력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알프스(ALPS) 처리수)는 2023년 8월 24일 첫 방류 이후 이달 17일까지 모두 22차례에 걸쳐 17만 2729톤이 바다로 방류됐다.
이달 17일 끝난 22차 방류에서만 19일 동안 7888톤을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탱크는 좀처럼 비지 않는다. 방류 직전인 2023년 8월 약 133만 7000톤이던 저장량은 올해 7월 2일 기준 약 124만톤으로 9만 7000톤가량 줄었다.
방류 전보다 약 7% 감소한 데 그친 것이다. 같은 기간 새로 발생한 오염수가 약 6만톤에 달한 탓이다. 부지에 남은 저장 탱크는 1046기다.
도쿄전력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인 연료 데브리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ALPS 등으로 정화한 뒤 원전 부지 탱크에 담아 왔다.
탱크가 1000기를 넘어서면서 폐로 작업에 쓸 부지가 모자라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23년 8월 방류를 시작했다.
발생량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도쿄전력은 2028회계연도까지 하루 50∼70톤으로 낮추려던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방류 속도를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이 지난 3월 공개한 2026회계연도 방류 계획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약 6만 2400톤을 방류할 예정이다.
지난해 계획한 5만 4600톤보다 7800톤 많은데, 작업을 효율화해 방류 횟수를 한 차례 늘린 결과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폐로 완료 시점으로 잡은 2051년까지 남은 물을 모두 처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자체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은 작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 먹거리 불신에 식당까지 동원했지만 불안감 ‘여전’
물을 내보내는 속도만큼 일본 정부가 공을 들여온 쪽은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부흥청·농림수산성과 함께 2022년 12월 관민 합동 프로젝트 ‘매력 발견! 산리쿠·조반모노 네트워크’를 띄웠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발족 반년 만에 참여 기업·단체가 1000곳을 넘었고, 2023년 11월 기준으로는 산업계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정부 관계기관 등 1206곳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 기업은 사내 구내식당과 도시락, 사업장 안 푸드트럭을 통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넙치와 참가자미, 홋키가이(북방조개) 같은 이른바 조반모노를 메뉴에 올린다.
특히 집중 소비 기간인 ‘산리쿠·조반 위크스’는 제4탄에서 약 42만식, 제5탄에서 약 38만 3000식을 공급했다.
지난해 11월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수산물 축제에서는 네트워크 부스가 산리쿠·조반모노 도시락 약 2만 7000식을 내놨다.
또 각료 등 고위 관료가 홋키가이 솥밥이나 가자미조림 도시락을 공개 시식하는 행사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후쿠시마현은 이를 두고 부흥이 진행 중인 현에 대한 이해를 넓힐 기회로 평가했다.
◆ 1000억엔을 쏟고도 8할에 머문 산출액
총력전의 배경에는 원전 사고 뒤 주저앉은 지역 경제와 그것을 떠받치는 국가 예산이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를 시작한 2023년 9월 국내 소비 확대와 생산 지속 대책 등 5개 축으로 짠 1007억엔 규모의 ‘수산업을 지킨다’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구내식당 수산물 공급과 판로 개척, 수산물 일시 매입·보관 비용이 이 돈에서 나간다.
그럼에도 사고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후쿠시마현의 농업 산출액은 대지진 전인 2010년 2330억엔에서 2021년 1913억엔으로, 사고 전의 약 8할 수준에 머물렀다.
예산으로 유통량을 밀어 올리는 방식이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으로 이어지느냐는 다른 문제다.
2021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이 그 한계를 먼저 드러냈다.
후쿠시마현은 2018년 협의회까지 꾸려 선수촌 납품을 준비했지만, 정작 메인 선수촌 식당에서는 식자재에 산지가 표시되지 않았고 피해지 식자재를 알리는 특설 코너도 놓이지 않았다.
이는 일부 국가가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당시 부흥 올림픽의 간판이 넘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 중국의 문, 안전이 아닌 발언에 다시 닫혔다
바깥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중국은 방류가 시작된 직후인 2023년 8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2025년 6월 후쿠시마현과 도쿄도 등 10개 도도부현을 뺀 나머지 지역 수산물에 한해 조건부로 수입 재개를 발표했지만 다섯 달을 넘기지 못했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태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 답변을 내놓자 중국은 같은 달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