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
1999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특검의 근거가 된 ‘조폐공사 파업유도·옷로비 특검법’ 제5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검찰과 경찰은 행정부에 속해 있어 정권 고위 인사 관련 의혹을 공정하게 수사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특검에게 중립성과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다. 2012년 야당이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특검 후보자 2명을 단독 추천한 ‘내곡동 특검’ 이전까지 9개 특검법은 정당이 아닌 대한변협이나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 2012년 내곡동 특검부터 정당이 특검 추천에 관여하면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은 그나마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추천했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출범한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후보 2명 중에서 특검이 임명됐다. 사실상 범여권이 특검을 고른 셈이다. 특검 임명부터 정치 바람을 타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특검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 중립·독립적 수사를 위해 탄생한 특검이 ‘정치의 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다.
◆중립 수사 취지로 탄생한 특검, ‘정치의 칼’로 변질
◆수사·기소 분리 개정 형소법 취지와 배치
정당이 추천하는 특검은 행정부의 통상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채 수사와 영장 청구, 기소까지 모두 담당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특검이 자신의 수사 범위를 직접 해석하고 수사와 영장 청구, 기소까지 담당하다 보니 수사 단계의 잘못된 판단이 그대로 기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양산된다. 특검의 수사범위 판단이 잘못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바로잡기 전까지는 구속과 재판, 방어 비용을 피고인이 부담해야 한다. 여권은 최근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물론이고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을 처리했는데, 현행 특검 제도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피의 사실 외의 수사 과정’까지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허용한 규정도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검 발표가 공식 수사결과처럼 반복적으로 공개되고 보도되면서 재판 전에 유죄라는 인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대 특검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수사 대상 자체가 광범위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사건까지 추가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특검 수사기간 동안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를 정지하거나 검찰(군 검찰 포함)이 기소한 사건의 공소유지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채해병 특검이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에서 항소를 취하해 1심 무죄가 확정된 사례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가성비 떨어지고 피해만 남겨”
법조계에선 이재명정부의 특검이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여권의, 여권에 의한, 여권을 위한 특검’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특검이라는 건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여야가 합의해서 추천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여당이 야당을 배제한 채 특검법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특정 정치세력(여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사법시스템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특히 3대 특검 수사 종료 후 종합특검을 띄운 것을 두고 “그 자체로 특검 제도 부정”이라는 등 혹평이 쏟아졌다. 과거 특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3대 특검으로 한 번 훑었지만, 다시 한번 저인망식으로 잘 살펴보라’는 식으로 출범시킨 게 종합특검”이라며 질타했다.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간 이어지는 바람에 예산을 불필요하게 낭비한 측면이 있다”며 “검사와 수사관 등 많은 인력이 투입돼 검찰의 일반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지연되는 등 사회적 피해도 상당히 컸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이렇게 특검 제도를 남발할 거였으면 ‘수사·기소 분리’란 명분을 내세워 검찰을 없앨 필요가 있었겠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