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에서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대상을 전체 비대면 진료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약사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관련 논의 자체를 중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할 정도로 격앙된 모습이다. 약사업계는 탈모약, 다이어트약, 여드름약 등 비급여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배송, 배송 중 의약품 변질, 오배송 및 분실 사고 등을 우려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국민 안전과 편의 증진이라는 틀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지난 6년간의 임시 허용과 시범사업을 거친 비대면 진료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오는 12월24일부터 제도화된다. 다만 약 재택 배송은 섬·벽지 거주자나 장기요양 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된다. 나머지 일반 환자는 약국을 직접 찾아야 한다. 약사의 대면 복약지도가 안전장치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맞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약은 대면으로 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칫 어렵게 만들어진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실효성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복지부는 최근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와 약사단체, 비대면 진료 중개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 협의체를 운영해 비대면 약 배송 확대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약 재택 배송 전면 확대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비대면 진료의 본격 시행 후 문제점을 점검해 약사법, 의료법 등 관련 법규부터 개정하는 게 순리다. 정부·업계·환자가 수긍할 만한 보완방안을 마련한 뒤 약 배송을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1일 정부의 비대면 의약품 배송 확대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전제로 한 민관 협의체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화 자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 직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입법 예고할 비대면 진료 하위법령안에 국민 건강과 편의 증진이 조화롭게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들의 건강만큼 이들이 불편 없이 약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