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걸려 자사주 소각 난항 금융계열사 지분율 낮춰야 가능 의결권 없는 우선주는 산정 제외 소각 땐 보통주와 괴리율도 개선
삼성전자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기주식 소각이 빠지면서 시장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우선주를 중심으로 소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통주로 자금이 쏠리며 벌어진 우선주와의 주가 괴리율도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7% 하락한 25만7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 발표 기대감에 지난 20, 21일 이틀간 각각 9.49%, 3.87% 올랐지만 정작 발표 후에는 주가가 고꾸라지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김기백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치를 넘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재료 소멸로 인식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코스피, 215.99포인트(3.12%) 내린 6696.96로 장을 마감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4일 삼성전자는 8.7%, SK하이닉스 3.4% 하락 마감했다. 연합
증권가는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역대 최대 규모임에도 배당에 치중하고 자사주 소각 계획이 빠진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에는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140조원 수준일 거라는 기대가 선 반영돼 있었다”며 “공격적인 자사주 소각 확대도 없어 서프라이즈 환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당 위주의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져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보유 한도인 10%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주를 소각하려면 금융계열사가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다만 자사주 소각 정책을 아예 배제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배구조 문제로) 자사주 소각은 우선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지난 3월 자사주 소각 당시 삼성생명 등이 보유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한 바 있어 보통주 소각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주 소각은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율 축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투자금이 보통주에 쏠리면서 지난해 8월 18%대였던 우선주와의 괴리율은 지난 6월 말 37%까지 확대됐다. 이날 종가기준 괴리율은 26.3%를 기록했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최소 10조~2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재원이 우선주에 더 많이 배분된다면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 부담을 줄이면서 우선주 괴리율을 축소할 명분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논평을 내고 “동일한 경제적 권리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받고 있는 우선주 중심의 자사주 소각이 주식가치 제고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