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가권력 자의적 행사 통제할 법의 지배 소중”

변호사대회 축사서 최근 논란에 일침

靑 “대통령 임명권 침해됐다 생각
헌정사 초유… 법률·관례 검토할 것”
김민석, 임명안 국회송부 중단 요구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논란을 계기로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서면 제청이 ‘대통령의 임명권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민주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 손질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 ‘2차 사법개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변호사대회 행사에서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법적인 문제 이전에 헌법에 보장된 추천권과 대통령의 임명권과 관련해 기존 관행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어긋났다”며 “임명권이 일정 정도 침해됐다는 인식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청와대가 김민기 판사를 고집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재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지적하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헌정사에 없던 초유의 사태”라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만큼 관례와 법률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입장을 낼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에서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책무가 있다”며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거론하며 “저하고 요즘 껄끄러운 상황이지 않으냐”며 “더 진실하게 그 자리의 무게를 가져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법관 제청 논란으로 빚어진 사법부와 갈등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송부나 법원 반려 결정을 일단 보류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규정을 “법적 맹점”이라고 지적하며 개정 검토를 원내에 주문했다.

 

당내에서는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는 제도 개편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발의한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안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서면 제청 경위와 관련 현안을 직접 따져 묻기로 했다.

 

청와대가 손 후보자 제청을 반려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21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서 “법률가 중 직업적 양심을 걸고 이번 제청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단정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제청에 대한 비판은 지나치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권의) 제청 반려, 재제청 요구, 임명동의안 송부 거부에 이르는 초법적 발상에 아연해진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물밑에서 ‘이 사람으로 합시다’라고 합의하는 것이 그 잘난 관행인 협의냐”고 반문했다.

 

‘헌정 질서와 사법부 독립을 지키려는 변호사 모임’은 성명을 통해 “헌법 위에 관례가 있을 수 없고, 관례가 헌법기관의 독립된 권한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며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