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더 있나… 장미란 담당 경찰 ‘셀프종결’ 200여건 수사 [뉴스 투데이]

실종 104일 만에 주검으로

경찰 “장씨 타살 가능성은 낮아”
사인 규명할 CCTV 영상 삭제돼
해당 경찰, 혐의 부인… “실수였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 25일 심사

성인 실종 99.7% 수색 없이 종결
숨진 채 발견 10년간 1만3639명
제주서 또 실종자 시신… 사흘새 4명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잇단 ‘허위 종결’ 사례와 실종자들 시신이 사흘새 4구 발견되면서 경찰의 초기대응과 수색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수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부터 대응까지 ‘허점투성이’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신고 3개월여 만에 부패가 심한 상태로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초동 대응 부실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신 발견 장소가 장씨가 나온 숙소와 도보로 5분여 거리이고 숙소 인근을 지나는 폐쇄회로(CC)TV도 있었지만, 경찰은 장씨를 그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고 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제주=뉴스1

담당 경찰관 부모(34) 경장의 자체 사건 종결로 수색이 중단된 사이 CCTV 영상 등 장씨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초기 자료까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타살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을 통해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범죄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장씨의 사인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제주청장에게 보고받은 바로는 목맴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 경장의 허위 종결로 인한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부 경장은 서부경찰서 내에서 성범죄 혐의로 직위해제된 지난 11일까지 약 1년5개월간 실종팀에서 근무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그동안 처리한 298건의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은 부 경장이 팀장이나 과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부 경장은 장씨와 60대 남성에 대한 실종 신고를 야간 당직 시 접수했다. 야간 당직 시에는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실종 프로파일링(경찰 실종 관리) 시스템 외에 별도의 야간 당직 일지를 작성해 다음 날 밤사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상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야간 당직자가 혼자 근무하면서 당직 일지를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저지하거나 예방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검찰은 이날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25일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벌인다. 부 경장은 장씨 등 실종자와 실제로 연락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이 전산상 허위 입력과 관련해 추궁하자, 부 경장은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검으로 돌아온 실종자 연 1364명

 

본격적으로 수색도 하기 전에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 성인 실종 사건 특성도 문제 배경으로 지적된다. 성인 실종의 경우 경찰이 실종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를 확인하거나 실종자가 일정 시간이 지나 스스로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성인 7만814명 중 7만591명(99.7%)에 대해 본격적인 수색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실제 사고를 당해 실종돼 수년간 행방이 묘연해진 성인 실종자는 현재 7000명 수준이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숨진 채 발견된 성인 실종자의 경우 1만3639명(연평균 약 1363.9명)에 달했다.

 

경찰은 실종자 정보 관리 및 수색을 위해 2011년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종자 신고 이력?발견 정보 등을 기록하고 다른 경찰관도 수색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지만, 담당 경찰관이 상관 승인 없이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처리할 수 있어서다. 경찰은 팀장급 이상 관리자 승인이 있어야만 종결 처리되도록 이중 확인 절차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무자가 허위 보고를 할 경우 진위를 따지기 쉽지 않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관리자 승인만으론 부족하다. (가출인으로 종결 시) 구두가 아닌 가족들도 인정할 수 있는 녹취?사진 등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해당 경찰뿐 아니라 제주도 및 전국 단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실종 규정을 아동 등에 국한하지 말고 통합된 규정을 만들고, 아동?장애인?노인?성인 등 각각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