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회서 쓰러진 50대 살린 ‘기적의 손길’…의료진·응급구조사 부부·소방관·119 한마음

예수병원 의료진과 원광대 교수 부부, 소방관 등
잇따른 응급처치로 4분 만에 환자 심장 다시 뛰어

전북 전주에서 열린 탁구대회 도중 심정지로 쓰러진 50대 남성이 현장에 있던 시민들과 의료진, 응급구조사, 비번 소방관, 119구급대가 한마음으로 응급처치에 나선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되찾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사람의 신속하고 숙련된 대응이 이어지면서 신고 접수 4분 만에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25일 전북도소방본부와 전주 예수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13분쯤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33회 전북특별자치도지사배 탁구대회’ 도중 한 남성(50대)이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탁구대회에서 50대 남성이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지자 동호회 선수로 참가한 이미애(왼쪽) 원광대 의무부사관과 응급구조학 교수가 기도를 확보하고 남편 황치원씨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탁구공이 오가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응급 현장으로 변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자에게 달려갔다. 시민들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체육관 관계자는 의료진을 찾는 안내 방송과 함께 경기장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확보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역시 현장 신고자에게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안내하며 현장 응급처치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의료진과 응급구조사들이 힘을 보탰다. 대회에 선수로 참가했던 전주 예수병원 외과 양유성 과장과 팀을 응원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정정미 수간호사는 사고를 목격하자, 곧바로 환자에게 달려가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정 수간호사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부착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며 “평소 꾸준히 교육받은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회에 참가한 전주 엘리트탁구클럽 소속 이미애(46·여) 원광대 의무부사관과 응급구조학 교수와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익산 지역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남편 황치원(39)씨 부부도 응급처치에 합류했다. 이들은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예수병원 의료진 등과 손을 바꿔가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부부는 모두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평소 탁구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만일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응급키트를 챙겨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오후 7시13분쯤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탁구대회 도중 50대 남성이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갑자기 쓰러진 현장 모습. 전주 예수병원 제공

마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비번 소방관들도 상황을 듣고 달려왔다. 전주완산소방서 정경수 소방경과 완주소방서 정의선 소방장은 환자에게 AED를 적용해 한 차례 전기충격을 시행한 뒤 시민들과 함께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길이 이어진 끝에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환자의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119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4분 만이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산소를 공급하고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등 전문 응급처치를 시행한 뒤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는 병원에 도착할 무렵 의식을 명료하게 회복했으며, 현재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조는 특정 개인의 활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팀워크’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가장 먼저 심폐소생술에 나섰고, 의료진과 1급 응급구조사들이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더했으며, 비번 소방관들이 AED를 활용해 대응했다. 여기에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응급처치 안내와 현장 구급대의 전문 처치가 이어지면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소중한 골든타임을 지켜냈다.

 

특히 당시 체육관에는 약 700명이 대회 참가자와 관계자 등으로 모여 있었던 만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위급한 순간 직업과 관계없이 여러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움직였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의미를 있다. 탁구공 대신 생명을 살리는 손길이 이어진 체육관에서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한 생명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은 셈이다.

 

진형민 전북소방본부장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초 목격자의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위급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행동에 나선 시민들과 현장에 있던 의료진, 소방관 등 모든 분의 용기 있는 대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