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표 구합니다.’
‘플미(프리미엄) 얹어서 구매합니다.’
유명 연예인 콘서트나 인기 스포츠 경기 예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중고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런 글이 쏟아진다. 정가 17만6000원이던 임영웅 콘서트 티켓이 500만원에 거래되고, 4만원짜리 프로야구 좌석이 40만원까지 치솟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암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거래 방식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온라인 플랫폼과 자동 구매 프로그램, 중고거래 시장이 맞물리면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조직적인 재판매 구조까지 만들어졌다. 정부가 국내 온라인 암표 시장 규모를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는 이유다.
그 실체가 24일 경찰 수사에서도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A씨 등 19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인터넷 예매사이트의 보안 체계를 우회하는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올해 3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일정 금액을 지불한 회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외 18명은 이 프로그램을 정기 구독한 암표상들이다. 이들은 매크로를 이용해 프로야구 경기 입장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파악한 암표 판매 규모는 1억6000만원이다. 범죄수익은 암표 거래 7900만원, 매크로 프로그램 구독료 600만원 등 8500만원으로 추산됐다. 개발자는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암표상은 이를 이용해 표를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앞서 지난 4월 경찰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던 중 의심스러운 암표 거래를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판매자 압수수색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확보한 뒤 작동 방식을 복원·분석해 개발자를 검거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분석 도구를 자체 제작해 실제 수사에 활용했고, 별건 단서도 추가로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암표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흐름은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회도서관 ‘데이터 앤드 로(Data & Law)’에 따르면 오프라인 암표 단속은 2016년 184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줄었다. 반면 온라인 프로스포츠 암표 신고는 2020년 3627건에서 지난해 4만1239건으로 5년 만에 11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신고 대부분이 야구 티켓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신고의 98.3%(4만541건)가 프로야구 경기 티켓 관련이었다. 한국프로스포츠협의회가 지난해 모니터링한 암표 의심 거래도 26만2381건에 달했다.
프로야구에서 암표가 특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인기 경기의 좌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관람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시대를 열며 인기 경기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좌석 공급은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려운 반면 구매하려는 사람은 몰리면서, 인기 경기일수록 웃돈이 붙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추산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연 티켓은 평균 정가의 1.81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프로스포츠 티켓은 평균 2.56배까지 가격이 오른다. 특히 한국시리즈나 포스트시즌처럼 다시 보기 어려운 경기는 희소성이 더 커지면서 웃돈도 함께 커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희소성 프리미엄’으로 설명한다. 공급이 고정된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암표 시장에서는 여기에 ‘선점’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다. 예매 경쟁에서 먼저 좌석을 확보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표를 되팔면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매크로는 이 과정에서 좌석을 먼저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이달 28일부터 시행하는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바로 이 암표 시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은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대량 구매한 행위가 주된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 목적의 부정 구매와 고가 재판매를 폭넓게 규제한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개인 간 거래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행정 기준에 따르면 정가를 초과한 가격으로 티켓 두 장 이상을 판매하거나, 한 장이라도 정가의 두 배 이상에 판매하면 상습·영업적 판매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은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며, 부당이익은 몰수·추징 대상이 된다. 반면 갑작스럽게 관람이 어려워져 예매 수수료 정도를 더해 양도하는 수준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세계 각국도 암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주최자 동의 없는 상습 재판매에 최대 3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아일랜드는 액면가를 넘겨 판매하면 최대 10만유로의 벌금이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독일은 정가의 25% 이상 웃돈을 제한하는 등 유럽 다수 국가가 가격 자체를 규제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접근법이 다르다. 가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공식 재판매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거래의 투명성 확보에 무게를 둔다. 암표 거래를 모두 막기보다 공식 시장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 소비자가 가격과 거래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