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끈적” 이경규도 놀란 과일모찌의 배신…1400만명이 조심할 ‘혈당 함정’

30세 이상 41.1%·약 1400만명 ‘당뇨병전단계’…단순당 섭취 주의해야
모찌 GI 68.9·1회 섭취량 기준 GL 17.2…먹는 양 따라 혈당부하 달라져
식후 10분씩 걷기가 하루 30분 걷기보다 효과적…결국 양·빈도가 관건

“혈당에 최악이다. 피가 아직도 끈적거린다.”

 

딸기를 넣은 과일찹쌀떡 모습. 과일찹쌀떡은 찹쌀피에 과일과 팥앙금·크림 등을 함께 넣는 경우가 많아 섭취량에 따라 혈당 부담이 커질 수 있다. pixabay

방송인 이경규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양쯔간루와 과일찹쌀떡 등 요즘 인기 디저트를 맛본 뒤 남긴 말이다. 건강을 걱정하는 제작진에게는 “당뇨 전 단계를 왔다 갔다 했었다”며 “먹어도 괜찮지만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피가 끈적거린다’는 의학적 표현은 아니다. 단 음식 한 번 먹었다고 혈액이 곧바로 끈적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달콤한 디저트를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특히 과일에 시럽과 연유, 크림을 더하거나 찹쌀과 앙금을 함께 쓰는 디저트는 한 번에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당류의 양이 많아지기 쉽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 약 140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맛을 즐기는 방식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과일 들어갔다고 안심?…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먹었나’

 

양쯔간루는 망고와 자몽 등 과일에 사고펄, 코코넛밀크, 연유나 시럽을 더한다. 과일찹쌀떡도 찹쌀피에 과일뿐 아니라 팥앙금이나 크림을 함께 넣는 제품이 많다.

 

과일 자체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생과일에는 당과 함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당이 농축된 주스나 시럽과 똑같이 볼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 첨가당과 전분성 탄수화물이 더해지고, 이를 한꺼번에 많이 먹을 때 생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당뇨병 식사 관리에서 탄수화물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설탕·꿀 같은 단순당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전곡류와 채소, 생과일을 고르는 것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과일이 들어갔으니 괜찮다’거나 반대로 ‘달면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확인해야 할 건 디저트 이름이 아니라 한 번에 먹는 탄수화물과 당류의 양이다.

 

◆모찌 GI 68.9…GL 34.4에는 조건이 있다

 

디저트를 먹은 뒤 혈당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실제 실험으로도 확인된다.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는 태국 전통 디저트 8종의 혈당지수(GI)와 혈당부하(GL)를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96명을 8개 그룹으로 나눠 디저트별 혈당 반응을 측정했다. 이 가운데 나콘사완 지역 모찌의 GI는 68.9로, 일반 분류상 중간 수준(56~69)에 해당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GL이다. 연구에서 모찌의 GL은 34.4로 나왔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높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GI 측정을 위해 참가자에게 제공한 모찌는 약 80g으로, 이용 가능한 탄수화물 50g에 맞춘 실험용 분량이었다.

 

연구진이 따로 제시한 일반 1회 제공량은 40g이었고, 이때 GL은 17.2였다. 같은 음식이라도 실제 먹는 양에 따라 혈당부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건 디저트는 종류만큼이나 실제 섭취량까지 함께 봐야 혈당 부담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세 이상 10명 중 4명 ‘당뇨병전단계’

 

혈당 관리는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1~2022년 통합 기준 30세 이상 성인의 41.1%가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했다. 인구로 환산하면 약 1400만명,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꼴이다.

 

당뇨병전단계는 당뇨병으로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혈당이 정상 범위를 넘어선 상태다. 학회는 당뇨병이 아니면서 공복혈당이 100~125mg/dL이거나 당화혈색소가 5.7~6.4%인 경우를 당뇨병전단계로 분류한다.

 

이들에게 디저트를 무조건 끊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질병관리청도 단 음식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다른 탄수화물 섭취량과 함께 전체 양을 고려하라고 설명한다. 설탕이 든 음식만 따로 많이 먹기보다, 전체 식사 안에서 양을 조절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먹었다면 움직여라…식후 10분 걷기의 효과

 

식사 뒤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학술지 《Diabetologia》에 발표된 무작위 교차시험은 제2형 당뇨병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하루 한 번 30분 걷는 방식과 매 끼니 뒤 10분씩 걷는 방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식후 10분씩 걸었을 때, 식후 3시간 동안의 혈당 증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하루 한 번 30분 걸었을 때보다 약 12% 낮았다. 특히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았던 저녁 식사 뒤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디저트를 많이 먹고 걸으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지, 과도한 당류 섭취를 상쇄해 주는 면죄부는 아니다.

 

과일모찌와 달콤한 과일 디저트, 혈당 측정기와 상승 그래프를 함께 배치해 디저트 섭취 뒤 혈당 부담을 형상화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결국 중요한 것은 ‘먹느냐 안 먹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가깝다. 과일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양을 늘리거나 한 번에 여러 디저트를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량도 금세 늘어난다.

 

단맛을 무조건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대신 양을 줄이고, 전체 식사 속 탄수화물 양을 살피고, 먹은 뒤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 당뇨병전단계 인구 1400만명 시대에 필요한 혈당 관리는 거창한 금지보다 이런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