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0원, 도파민은 100%…MZ세대 푹 빠진 ‘가짜 소비’

앱스토어 1위 꿰찬 ‘가짜 배달앱’…가상 주문으로 절약 효과
35만 원→0원…비만치료제 ‘마운자로’ 패러디한 ‘마음자로’
전문가, “높은 소비 욕구 대비 적은 소득, ‘가짜 소비’로 대체”

돈도 아껴야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싶을 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메뉴 옵션을 꼼꼼히 골라 주문했으나 배달은 오지 않는다. 주사형 비만치료제 이미지를 띄운 스마트폰을 배에 갖다 댔지만, 실제 투여되는 약물 역시 없다. 결제는 ‘0원’, 대리 만족은 ‘100%’인 가상 배달 앱과 가상 주사 사이트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때 고가 소비 ‘플렉스’나 엄격한 절약인 ‘무지출’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소비하는 척만 하는 이른바 ‘가짜 소비’가 새로운 소비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상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패러디한 가상 주사 사이트. ‘배달안와요’ 앱 캡처, ‘마음자로’ 사이트 캡처

 

◆ 먹지 않고 아낀다…배달비 폭탄 속 뜬 ‘가짜 배달’

 

지난 24일 가상 배달앱인 ‘배달안와요’는 앤터테인먼트 무료 앱 부문 다운로드 순위에서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에는 무료 앱 전체 부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이 앱은 먹고 싶은 음식을 실제로 주문하지 않고 가상으로 주문해 보는 절약 시뮬레이션 앱이다.

 

짜장면·마라탕·치킨 등 39개 음식점, 166개 메뉴 중 원하는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고 만일 소고기 마라탕을 주문하면 맵기나 사리 추가 등 각 음식의 세부 옵션도 설정 가능하다. 또한 결제수단 및 배달 모드 선택까지 실제 앱과 유사한 상세 기능을 구현했다.

 

주문 후에는 접수·조리·배달 과정이 알림으로 전송되며 완료 시 아낀 금액과 절감한 칼로리를 정산해 한눈에 보여준다. 실제로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작성할 수 있는 가상 리뷰 기능도 재미요소다.

 

가상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화면. ‘배달안와요’ 앱 캡처

 

◆ 부작용·가격 부담 제로…가상 주사 눈길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패러디한 가상 주사 서비스 ‘마음자로’도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음자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선보인 서비스로 실제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배에 대 주사를 맞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마음자로’ 페이지에서 최소 3㎎에서 최대 15.5㎎ 사이 원하는 용량을 선택한 뒤 화면에 나타난 주사기를 배에 갖다 대면 화면 속 주사기의 약물은 조금씩 줄어들며 주사기가 작동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약이 투여되진 않는다.

 

‘마음자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를 패러디했다. 비만치료제의 비싼 가격과 부작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의 심리를 노린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서비스 화면에는 기존 가격 35만원에 취소선이 그어진 ‘0원’으로 제시된다. 

 

가상 주사 사이트를 이용하는 장면. ‘마음자로’ 사이트 캡처

 

◆  눈높이는 높아졌는데…소득 정체 속 찾아낸 대안

 

과거 고가 소비를 뜻하는 ‘플렉스’부터 돈을 아예 쓰지 않는 ‘무지출’을 지나 이제는 돈을 쓰지 않고 소비 욕구만 채우는 ‘가짜소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 수준은 이미 올라갔으나 소득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 욕구 충족과 지출 통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대안적 생존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세대는 국내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를 경험해 높아진 생활 수준을 갑자기 줄이기 어렵다”며 “가처분소득은 정체됐지만, 소비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 욕구는 그대로여서 지출 없이 만족을 얻으려는 ‘가짜 소비’라는 대체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월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지출 증가폭을 밑돌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여기에 가계지출은 434만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 증가했다. 

 

돈 한 푼 쓰지 않고 소비 욕구만 채우는 ‘가짜소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가짜 소비’에 빠진 소비자들 “가짜 쇼핑몰도 만들어주세요”

 

이러한 심리는 실제 이용자들의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배달안와요’의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리뷰란에는 “충동적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싶을 때 욕구 충족용으로 딱이다”, “가짜 도파민으로 돈도 아끼고 살도 안 찌고 너무 좋다”, “‘마음자로’와 병행하니 효과 좋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통 플랫폼 버전도 있으면 좋겠다. 이쪽이 소비 욕구가 더 크다”, “배달이 안 되는 쇼핑 앱은 안 만드나. 대리 쇼핑을 하고 싶다”며 가짜 배달 앱뿐만 아니라 ‘가짜 쇼핑몰’까지 제작해 달라는 사용자들의 요청도 잇따랐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두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가상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소비 욕구를 충족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