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배추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배추 밑동을 담가 유통한 사실이 현지 당국 조사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유통 경로 추적과 전국 표본검사에 들어갔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부터 통관 단계에서 중국산 배추 수입검사를 포장 장소별 총 3회로 늘렸다. 문제의 배추가 국내로 들어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밑동을 담갔다…중국 정부, 전국 표본검사 지시
사건은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의 배추 수매 현장에서 드러났다. 한 인터넷 블로거가 촬영해 공개한 영상에는 수매업자들이 수확한 배추를 트럭에 싣기 전 한 포기씩 들어 뿌리 부분을 액체가 담긴 대야에 담갔다 꺼내는 장면이 담겼다.
캉바오현 당국은 조사 결과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쓰인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며, 소독·방부 용도로 생체 조직 보관에도 쓰인다. 배추를 담그면 운송 중 신선도를 2, 3일 더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국무원 식품안전판공실과 농업농촌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현지 당국에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문제가 된 배추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시중 유통을 차단하고, 전국 각 지역에서 배추처럼 쉽게 부패하는 채소를 대상으로 포름알데히드 사용 여부를 특별 표본 검사하도록 했다.
◆ 검사는 늘렸는데 수입은 4135톤에서 2만305톤으로
이에 식약처는 23일부터 통관 단계에서 중국산 배추 수입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포장 장소별로 총 3회에 걸쳐 포름알데히드 검출 여부를 확인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언론보도 등에 나온 정보로는 국내 수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중국 대사관 등을 통해 한국 수출 여부 등을 확인 중에 있다”며 “추가 정보 확인 시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사를 강화할 물량 자체가 최근 급격히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2025년 배추 수입량은 2만305톤으로 2024년 4135톤의 4.9배였다. 사상 최대치이며, 배추 파동으로 수입이 몰렸던 2010년 1만3564톤보다도 1.5배 많다.
수입이 뛴 계기는 관세였다. 정부는 2025년 1월 겨울배추 물량이 줄어 도매시세가 오르자 4월까지 배추 관세를 27%에서 0%로 내리는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 쌈으로 상에 오르면 원산지를 적지 않는다
통관에서 걸러 낸 뒤가 문제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의무 품목에는 채소가 들어 있지 않다. 배추는 배추김치와 배추김치가공품의 원료일 때만 표시 대상이고, 쌈이나 겉절이용 생배추로 나가면 산지를 적지 않아도 된다.
수입 배추가 실제로 그 경로로 흐른다.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 탓에 김치용 수요는 제한적인 반면, 쌈이나 식자재로 쓰는 배추는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어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어느 배추가 어떤 용도로 흘러갔는지도 통계에 남지 않는다. 배추는 한 코드에 세부 품목이 묶여 집계돼 일반배추와 쌈배추가 구분되지 않는다. 통관 검사 결과가 나와도 그 물량이 어디로 갔는지 되짚기 어려운 구조다.
◆ 김치는 공장만 알 수 있다…1∼7월 19만4403톤
완제품 김치는 또 다른 구멍이다. 수입식품 신고 단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김치를 만든 해외 제조업소의 소재지이고, 그 김치에 들어간 배추가 중국 어느 지역에서 온 것인지는 따로 신고되지 않는다.
배추 산지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쓰였는지를 완제품 김치에서 거꾸로 짚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량은 배추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기준 올해 1∼7월 김치 수입량은 19만440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다. 수입액은 1억2593만달러로 16.3% 늘었다. 국내 수입 김치의 약 99%는 중국산이다.
소비자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음식점 벽에 붙은 배추김치의 원산지 표시와 포장 김치의 원산지 표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