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던 양말목이 안마봉으로”…기업 봉사도 ‘업사이클링’이 대세

버려질 뻔한 양말 자투리가 어르신의 안마봉으로 다시 태어났다. 폐플라스틱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줄넘기로, 자투리 천은 안전 키링과 필통으로 변신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기업들의 사회공헌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일회성 봉사활동에 나서는 데서 벗어나, 임직원이 폐자원을 직접 생활용품으로 만들고 이를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업사이클링 핸즈온 봉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환경보호와 임직원 참여, 지역사회 지원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ESG 활동과도 맞아떨어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전국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업사이클링 안마봉’ 제작 봉사를 진행했다.

 

안마봉의 재료는 양말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양말목이다. 임직원들이 이를 직접 엮어 안마봉으로 만들었다. 완성품은 지난 24일 서울 지역 노인복지센터에 전달돼 어르신을 비롯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졌다.

 

단순히 완제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대신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되살리는 과정에 임직원이 직접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업사이클링 봉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회사는 2023년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폐가죽으로 필통을 제작해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 

 

2024년에는 진천 택배 메가허브 터미널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화물 가운데 재사용 가능한 품목을 따로 분류해 진천군 노인복지센터와 자원봉사센터 등에 정기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물류 현장이나 생산 과정에서 버려질 수 있는 자원을 다시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순환형 사회공헌’에 무게를 싣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움직임은 다른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KB손해보험은 임직원들이 직접 기부물품을 제작하는 핸즈온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2024년에는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줄넘기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호루라기 안전 키링과 업사이클링 필통을 제작했다.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전달할 천연 핫팩 제작 활동도 진행했다.

 

KB손해보험의 임직원 봉사조직은 지난해 기준 153개 팀으로, 3724명이 409차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총 봉사시간은 1만729시간이었다.

 

CJ ENM도 자원순환과 임직원 봉사를 결합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ES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임직원들이 양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천을 활용해 ‘폐양말목 안전 키링’을 만들어 기부했다.

 

사용한 햇반 용기를 회수해 지역자활센터에 전달하는 캠페인과 햇반 용기를 화분으로 다시 활용해 지역아동센터에서 가드닝 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업사이클링 공예형 키링을 만드는 봉사도 진행했다.

 

지난해 CJ ENM의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시간은 8630시간으로 전년 5539시간보다 55%가량 늘었다. 참여 인원도 860명에서 967명으로 증가했다.

 

업사이클링형 사회공헌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IT 인프라 기업 진인프라는 지난 4월 임직원들이 직접 태양광 랜턴과 업사이클링 안전 키링을 제작했다. 완성품은 해외 에너지 빈곤지역과 국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활용됐다. 임직원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굿윌스토어에 기증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자원순환에도 힘을 보탰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의 봉사활동으로 환경과 복지라는 두 가지 사회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기업 봉사가 연탄 배달이나 김장, 성금 전달 등 특정 시기와 장소에 집중됐다면 핸즈온 방식은 전국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참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재료를 키트 형태로 제공하면 직원들이 각 사업장이나 가정에서 물품을 제작한 뒤 한꺼번에 기부할 수 있다.

 

폐자원이 눈앞에서 새로운 물건으로 바뀐다는 점도 임직원이 자원순환의 의미를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기업들의 활동도 단순히 ‘친환경 캠페인’에 머물지 않는다. 버려지는 폐양말목이나 플라스틱을 줄이는 동시에 완성된 제품을 아동·노인·장애인 등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전달하는 구조가 공통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사회공헌도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고 기업의 ESG 전략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며 “환경보호와 지역사회 지원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업사이클링 봉사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물건 하나를 다시 쓰는 데서 출발했지만 기업에는 임직원 참여를, 지역사회에는 필요한 물품을, 환경에는 폐기물 감소라는 효과를 남기는 셈이다. ‘버리는 대신 만들어 나눈다’는 방식이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