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자금이 반도체와 기술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서학개미는 최근 한 주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를 1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반도체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반도체주가 흔들린 가운데 이번 실적은 AI 랠리 지속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7∼24일(조회일 기준) 서학개미는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인 ‘속슬’(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을 가장 많은 7억1291만달러(약 9845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 순매수액은 8878만달러(약 1227억원)로 3위를 차지했다.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나스닥100’(QQQM)은 4751만달러(약 657억원), 메모리반도체 2배 ETF인 램(RAM·ROUNDHILL T-REX 2X LONG DRAM DAILYTARGET)은 4696만달러(64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각각 8, 11위에 올랐다.
개별 기술주 투자도 활발했다.
샌디스크에 속슬 다음으로 많은 1억290만달러(약 1423억원)가 몰렸고, 알파벳(4위·8026만달러), 브로드컴(12위·3699만달러)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24,442.94에서 지난 13일 26,803.03까지 오르며 회복세가 나타나는 듯했으나 다시 주춤하며 24일 전장보다 200.26포인트(0.77%) 내린 25,980.19에 장을 마쳤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정치권의 규제 압박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이란 추가 경제 압박 조치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24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인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AI 관련주에 대한 분기별 국민투표에 가장 가까운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 신현용 연구원은 “이번 주 최대 이벤트는 엔비디아 실적”이라면서 “AI 서버 가격 15% 이상 인상 통보가 매출과 마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씨티가 제시한 ‘실적 후 주가 상승’ 전망이 실현되는지가 나스닥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조재운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한 종목의 이벤트가 아니라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투자가 계속되는지 확인하는 자리로 받아 들여진다”며 “매출이 930억달러를 넘고 다음 분기 전망까지 시장 눈높이를 웃돌면 옵션시장이 반영한 상단을 시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뉴욕 증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했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몰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76% 떨어졌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0.15포인트(0.26%) 오른 5만3417.16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1.51포인트(0.28%) 내린 7652.86, 나스닥 종합지수는 200.26포인트(0.76%) 떨어진 2만5980.1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