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납작하게 구웠을까…고속도로 노동자들이 알린 ‘언양불고기’ [FOOD+]

1960년대 말 고속도로 공사 노동자들이 맛본 소금구이에서 출발
산업화와 교통망 발달이 전국화 이끌어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뒤 넓적하게 펴 석쇠에 올린다. 숯불에 바싹 구워내면 고기 사이로 숯향이 배어든다. ‘납작불고기’, ‘바싹불고기’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의 대표격이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언양불고기다.

 

언양식 바싹불고기.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금은 전국에서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됐지만, 언양불고기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석쇠에 구워내는 언양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그 시작은 1960년대 후반 산업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6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60년대 말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언양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고기를 사다가 연탄을 땐 드럼통 위에 석쇠를 올리고 소금을 뿌려 구워 먹었고, 이것이 언양불고기의 시작으로 기록된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경주·부산·울산 등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지역 음식으로 명성을 얻었다.

 

◆ 소고기 산지였던 언양…도축장·푸줏간 발달

 

언양불고기가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일찍부터 형성된 탄탄한 축산 인프라가 영향을 미쳤다.

 

산지로 둘러싸인 언양은 주변에 양질의 목초지가 펼쳐져 있어 예로부터 소 사육이 활발했다. 자연스럽게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이 형성되고 도축장과 푸줏간도 발달하면서 신선한 한우를 언제든 수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당시 언양 지역의 한우 암소는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로 명성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 왜 ‘납작하게’ 만들었을까

 

언양불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소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한 뒤 넓게 펼쳐 석쇠에 구워낸다는 점이다. 서울식 불고기가 양념한 고기를 국물과 함께 자작하게 익히는 방식이라면, 언양불고기는 석쇠에 직접 올려 수분을 날리며 바싹 굽는다. 이 때문에 ‘바싹불고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얇게 저민 고기는 숯불과 닿는 면적이 넓어 빠르게 익고, 양념이 밴 표면에 직접 불이 닿으면서 숯불 향이 더해진다. 겉은 바삭하게 익히면서 고기의 풍미와 식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일견 단순한 구이법처럼 보이지만 고기의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하는 지혜가 담긴 셈이다. 

 

◆ 고속도로 타고 입소문 퍼진 ‘전국구 음식’

 

언양불고기. 구글 제미나이 생성 AI이미지

 

언양불고기 인기가 전국으로 확산된 배경도 흥미롭다. 언양불고기가 고속도로 공사 근로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며 경주·부산·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 찾는 사람이 늘었고, 이후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외식·관광 수요도 커졌다.

 

언양불고기는 1988년 향토음식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서울식·광양식과 함께 대표적인 불고기 형태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언양 일대에는 불고기 전문점들이 형성돼 있다.

 

한 지역의 음식이 전국구 메뉴로 자리 잡기까지는 맛뿐 아니라 산업화에 따른 사람의 이동과 자동차 보급, 교통망의 발달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언양불고기는 지역의 축산 기반과 식문화에 시대의 변화가 더해지며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성장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