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성추행을 고발한 19세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이슬람 학교 교장과 그의 지인에게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피해자 가족은 판결 이후에도 보복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정부에 신변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항소법원은 전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이슬람 학교 교장 SM 시라즈 우드 다울라와 그의 지인에게 1심과 같은 사형을 선고했다.
다울라 등은 2019년 4월 6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약 100㎞ 떨어진 페니 지역에서 당시 19세였던 누스라트 자한 라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라피는 사건 발생 열흘 전 당시 교장이던 다울라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부모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다울라는 성추행 혐의로 체포됐고, 이후 지인을 통해 라피 가족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울라는 공범들에게 필요하면 라피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법원은 다울라 등 2명에 대한 사형 판단은 유지했지만, 1심에서 함께 사형을 선고받은 공범 14명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이 가운데 4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고, 나머지 10명은 무죄를 선고했다.
ANN은 항소법원의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 근거는 판결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원이 모든 피고인에게 사형을 일괄적으로 선고한 것을 두고 “무분별하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일부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라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거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관련 문서와 증언 등을 근거로 엄벌을 요청했다.
라피는 학교 옥상으로 유인된 뒤 고소를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범인들은 라피의 몸에 등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라피는 전신의 약 80%에 화상을 입었고, 사건 나흘 뒤 숨졌다.
수사 결과 범행에 가담한 남성들은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이슬람 복장인 부르카를 착용한 채 라피를 학교 옥상으로 불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큰 공분이 일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여성 인권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라피 가족은 항소심 판결 이후에도 안전에 대한 우려를 호소했다. 가족 측은 여전히 보복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정부에 신변 보호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