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자체가 소멸되는 시대에 왔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한 10년 전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필연성이 강해졌다.”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조인성(왼쪽부터),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이창동 감독이 ‘노동’을 화두로 다시 돌아왔다. 해고 노동자의 삶에서 출발한 영화는 기술 발전으로 노동의 의미가 흔들리고, 그와 함께 인간의 정체성마저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다.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는 이 감독과 주연 배우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참석했다. 영화는 해고 노동자인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이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를 만나며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씨앗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감독은 국내 한 대기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폭력적으로 진압된 일련의 사건을 보며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당시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전도연과 설경구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영화를 엎었다.
그러던 이야기가 지난해 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닝’(2018)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오정미 작가가 기존 해고 노동자 부부 이야기에 다른 부부의 이야기를 겹쳐보자고 제안하면서다.
이 감독은 이 영화를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며 “노동이나 자본,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이 점점 강해질수록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사랑”이라고 했다.
이 감독과 설경구의 만남은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에 이어 세 번째다. 전도연과는 ‘밀양’(2007) 이후 약 20년 만의 재회다. 전도연은 미옥을 “남편 호석의 가슴 안에 있는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설경구는 “호석은 죄책감, 분노, 수치심 등 여러 감정을 담고 하루하루 견디며 사는 해고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조인성과 조여정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감독은 조인성이 맡은 투자 펀드 종사자 상우를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지배자”라고 표현했다. 이어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모든 것에 능하지만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 조인성 외에는 다른 인물을 떠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를 두고는 “감독인 내 시각, 입장을 가진 있는 인물”이라며 “조여정이 영화인으로 자의식이 강하고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갖춘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다음 달 개막하는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다음 달 23일 일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내년 3월에 열릴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