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 황무지서 캔 ‘하얀 석유’… ‘포스코 DNA’ 빛났다

아르헨 리튬 생산현장 가보니

일반 바닷물보다 8배 짠 소금호수
인공연못 만들어 4개월 이상 건조
리튬 함유율 높아 생산단가 낮춰

지구 반대편 오지서 자원개발 8년
전기차 캐즘 속 분기 첫 흑자전환
“자부심보다 책임감 훨씬 더 크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애틀랜타까지 14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10시간. 현지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2시간을 날아 살타주(州)로 향했다. 살타에서 다시 35분간 경비행기를 타고 안데스산맥을 넘어 19일(현지시간) 해발 4000m 고지대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鹽湖)에 도착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의 ‘옴베르 무에르토’ 염호에 조성된 리튬 폰드(인공 연못)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사진으로 흔히 접한 볼리비아 우유니사막 같은 뽀얀 소금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건 온통 황무지였다.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는 뜻일 만큼 이 염호는 척박하다. 식물도 거의 자라지 못하고 산소량이 평지의 60∼70%에 불과해 숨쉬기조차 어렵다.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약 1만8000㎞, 이 아득한 오지에서 포스코홀딩스가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캐고 있다.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이 리튬 폰드에서 생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포스코가 총 3억4500만달러를 투입해 확보한 염호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287㎢)에 달한다. 현지 염수 리튬 자원 보유량만 총 1500만t. 채굴 가능성과 수율을 감안하면 약 300만t, 전기차 약 700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의 리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700m 지하 암반층에 형성된 염수에는 ℓ당 평균 0.9g의 리튬이 함유됐다. 일반 바닷물보다 약 8배나 짠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염호로 꼽히는 이유다. 리튬 농도가 높을수록 채굴 효율이 올라가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리튬 추출 공정은 염전과 유사하지만 훨씬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지하에서 퍼 올린 염수를 여의도 3배 크기(8.92㎢)의 거대한 인공 연못(폰드)에서 30㎝ 높이로 얕게 펼친 뒤 안데스산맥의 강한 햇볕과 바람으로 4개월 이상 수분을 증발시킨다. 여기서 공정 단계를 거치며 불순물을 걸러내 최종적으로 인산리튬, 수산화리튬, 탄산리튬이 만들어진다.

 

포스코아르헨티나 1공장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러한 공정 최적화와 자원 경쟁력을 바탕으로, 포스코아르헨티나의 염수리튬 1공장은 글로벌 리튬 가격 하락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2010년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착수한 이래 16년 만, 현지 법인 포스코아르헨티나를 설립한 지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지 정부와의 긴밀한 파트너십(동반 관계)을 바탕으로 사업 안정성도 확보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최근 한국 기업 최초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유치 제도’(RIGI) 승인을 획득했다. RIGI는 법인세 인하와 관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은 물론 수출대금의 단계적 외화 보유 허용까지 포함한다. 이를 통해 향후 30년간 약 9억달러의 세제 감면 효과가 기대된다. 마리아 페르난다 아빌라 아르헨티나 연방의회 광업위원장은 지난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RIGI 승인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제기관을 통해 30년간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아르헨티나 살타를 찾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가시적인 성과를 증명해 냈지만 여전히 현장은 치열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LNG 발전소가 생겼고, 34㎞ 떨어진 곳에서 차로 물을 실어 나르다 파이프라인을 깔아 공장이 세워졌다. 취재 내내 응급상황을 대비한 구급차와 스타링크 기반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차량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자부심보다 당초 세운 사업계획을 완벽하게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옴브레 무에르토를 직접 찾은 자리에서 “자원 사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한 분야로, 포스코만의 DNA로 성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둘러본 이곳에서는 잠을 설쳐가며 묵묵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현장 임직원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이 안데스고원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