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팀 법왜곡죄 등 고발당해 쿠팡 특검 등도 공수처 조사 받아 위법·편파 논란에 되레 수사 대상
특별검사에겐 흔히 ‘무소불위(無所不爲)’란 수식어가 붙는다. 행정부 산하 상설기관으로, 예산과 인사권을 비롯해 제도적으로 견제 수단이 마련돼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권한은 많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재명정부 들어 출범해 수사를 마친 5개 특검팀 역시 수사기간 내내 무소불위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고, 광범위하고 집요한 압수수색, 별건수사와 이중기소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정치 검찰’의 폐해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구속영장 기각률, 檢 웃돌아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수사기간이 만료된 2차 종합특검팀(특검 권창영)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65%에 달한다.
1차 특검에 해당하는 지난해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채해병)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각각 38.5%, 37.5%, 90%였다. 쿠팡·관봉권 상설특검팀(특검 안권섭)은 수사기간 동안 구속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률이 21.1%인 것과 비교할 때 특검팀들의 영장 청구가 상대적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혐의 소명을 전제로 피의자의 도주, 증거인멸 우려 등을 판단하기 때문에 법조계에선 재판의 첫 ‘가늠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주요 혐의의 관여 여부, 이익 귀속 등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할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기각됐다.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은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발부되지 않았다.
◆‘수사의 악습’ 별건수사도 빈번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대상과 연관성을 뚜렷하게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이어가는 별건수사 논란도 빈번했다. 별건수사는 본건과 무관한 사건 수사를 통해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해 진술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의 ‘악습’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김건희 특검팀이다. 가뜩이나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 사건만 16개로 가장 많은 김건희 특검팀이 별건수사 논란에 휩싸인 사례만 5건 이상이다.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 사건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중 수사 무마 혐의 부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와 조영탁 A1모빌소프트(옛 IMS모빌리티·비마이카) 대표 사건 등이다.
종합특검팀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도 별건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당시 검찰 수사팀은 20일 입장문을 내 “종합특검의 수사대상이 ‘윤석열, 김건희 등 외압에 의한 검찰 수사무마 의혹’이지만, 수사자료 작성 방식, 직무대리 명령 요건과 범위, 변호인 변론활동 응대, 내부 전산시스템 이용 등 수사팀의 통상적인 판단과 수사활동만을 문제 삼아 기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별건수사는 (문재인정부 당시) 죄명별로 수사권을 쪼개면서 더욱 문제가 됐다”며 “법이 잘못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수사기관은 관련 사건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넓게 해석하면서 다른 범죄로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이 여전히 사용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무분별한 출국금지 요청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례로 종합특검팀은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와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놓고 단 한 차례 소환 조사도 없이 출국금지를 해제해 빈축을 샀다.
◆위법·편파 논란에 수사대상 전락
특검과 특검팀 관계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각종 위법·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이며 역으로 수사대상이 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수사를 마친 이재명정부의 5개 특검팀은 하나같이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우선 3대 특검팀은 모두 법왜곡죄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중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해 8월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수사선상에 올리지 않아 편파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숨진 양평군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 수사관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 조사 정황이 확인돼 직권남용 혐의로도 고발됐다.
쿠팡·관봉권 상설특검팀의 경우 안권섭 특검과 김기욱·권도형 특검보, 파견 검사 3명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종합특검팀의 김지미 특검보는 정식 언론 브리핑이 아닌, 친여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수사 관련 사항을 언급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과 피의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밖에도 권창영 특검이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과 면담에서 ‘계엄을 뿌리 뽑으려면 특별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3년은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불렀다.
과거 다른 특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팀들의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어느 순간 특검이 어떤 결론을 정해놓고 그 결론에 끼워 맞추기 위한 수사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