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는 ‘약물 중독’, 80대는 ‘안방 낙상’… 응급실 10년 통계의 경고

중독 환자 3명 중 1명 청년층, 80세 이상 낙상 사망률 42.5% 달해… 안전벨트·헬멧 미착용 시 사망률 최대 3배
연합뉴스

 

약물이나 가스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는 10대와 20대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독 원인은 자살 목적이 절반을 넘었고, 과거 농약·가스 중심이던 중독 물질은 치료 약물로 빠르게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9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는 총 9만 8615명이었다. 이 가운데 중독 환자는 6816명으로 집계됐으며, 여성이 60.5%로 남성보다 많았다.

 

◆ 10·20대 중독 환자 33.9%... 10명 중 7명 ‘치료 약물’

 

중독 환자의 연령별 구성에서 청년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가 18.1%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15.8%로 뒤를 이었다. 10·20대 환자 비중은 2015년 16.9%에서 지난해 33.9%로 10년 만에 2배가 됐다. 특히 10대 비중은 5.6%에서 15.8%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중독 원인의 69.4%는 의도성을 띤 사용이었으며, 58.5%는 자살 목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 물질은 수면제 등 ‘치료 약물’이 66.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과거 주를 이뤘던 가스(11.5%)와 농약(9.4%)의 비중은 10년 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정신건강 위기와 약물 오남용 문제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질병청은 “이런 결과는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리와 안전한 치료약물 사용을 위해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어린이는 ‘추락’, 어르신은 ‘낙상’... 안전 장비가 생사 갈라

 

전체 손상 원인 1위는 추락·낙상(40.0%)이었다. 추락·낙상 환자 비율은 2015년 29.6%에서 10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령에 따라 손상 양상은 뚜렷하게 갈렸다. 10세 미만은 가정 내 방(46.6%)과 거실(22.1%) 등에서 떨어지는 ‘추락’ 환자(45.4%)가 많았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낙상’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80세 이상의 경우 낙상으로 인한 입원율(33.1%)과 사망률(42.5%)이 전 연령 중 가장 높아, 노년층 낙상이 치명적인 중증 손상으로 직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통사고 등 운수 사고에서는 보호 장구 착용 여부가 사망률을 크게 갈랐다. 오토바이 사고 시 헬멧 미착용자의 사망률은 10.4%로 착용자(3.5%)의 약 3배에 달했다. 차량 사고 역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의 사망률(3.9%)이 착용자(1.9%)보다 약 2배 높았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어르신의 낙상, 젊은층의 중독 등 연령대별 손상 양상이 다른 만큼 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예방의 출발점이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손상 예방관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