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련(현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암병동’(1968)은 30대 여자 의사 베라 간가르트가 주인공이다. 2차대전 종전 후 10년 가까이 독신으로 산 간가르트는 남자와 사귀기 힘든 세태를 푸념한다. 또래 남성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죽었고, 살아 돌아온 이들은 그보다 젊은 여성 중에 짝을 찾았다. 독일이 소련을 침략한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희생된 소련인은 민간인을 포함해 2700만명이 넘는다. 나라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프랑스의 1차대전 전사자는 약 140만명으로 동맹인 영국(75만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1차대전 기간 20∼32세의 프랑스 남성 중 거의 절반이 죽거나 다쳤다는 끔찍한 통계도 있다. 젊은 남자의 씨가 말랐으니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이는 20여년 뒤 2차대전에서 프랑스가 서둘러 독일에 항복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쟁으로 아버지, 남편, 아들을 잃은 기억이 프랑스 국민의 전의를 앗아간 결과이기도 했다.
20세기 이후 전투 도중 죽거나 다치는 사상자 수를 줄이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과제가 됐다. 러시아처럼 아직 용병을 구해 쓰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용병에겐 군인의 핵심 자질인 애국심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침 과학기술의 발전은 총과 대포의 성능 개량을 넘어 사람을 대신해 싸워줄 ‘전투 로봇’을 만드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돈을 바라지 않고 오직 인간의 명령만 따르니 용병보다 훨씬 낫다고 하겠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엊그제 제35주년 독립 기념일을 맞았다.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열병식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군복 차림의 장병들 대신 지상 무인 전투 로봇 수십 대가 총포나 무한궤도 등을 장착한 채 줄을 맞춰 키이우 중심가를 행진했다. 상공에선 공중 드론(무인기) 수십 대가, 키이우를 지나는 드니프로 강 위에선 수중 드론 9척이 거침없이 질주했다. 2022년 2월 탱크 부대를 앞세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사람들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 2차대전 또는 1차대전 시기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전 후 4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미래를 보고 있다.